“높은 중국 의존도”…뷰티 빅2 실적 반토막
북미·일본 마케팅 본격…매출처 다변화

국내 화장품 업계 ‘빅2’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국내 화장품 업계 ‘빅2’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국내 화장품 업계 ‘빅2’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실적 부진의 주된 이유로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꼽히는 가운데 양사는 북미와 일본 등에서  마케팅에 더욱 힘쓰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4조213억원, 영업이익은 1520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2022년)와 비교해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44.1% 감소한 수치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6조8048억원의 매출과 48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3%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31.5%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LG생활건강의 뷰티(화장품) 부문만 따로 보면 지난해 매출은 2조8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줄고 영업이익은 1465억원으로 52.6% 감소했다.

뷰티업계 라이벌인 양사의 실적 부진 이유는 중국 시장 탓이 컸다. 양사의 해외 매출 중 절반 이상이 중국 내 시장과 면세채널을 통해 발생한다. 그러나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회복에서 더딘 모습을 보이면서 고가 화장품의 매출은 꺾였다. 이 때문에 아모레의 설화수, LG생활건강의 더 후 등 고가 화장품 수요가 중국 시장에서 크게 줄었다.

고가 라인 대신 중저가 라인의 판매로 대응할 수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중국 현지의 화장품 업체들이 한국 제조사를 활용하는 형태로 품질을 대거 향상시켰고 중국인들이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내 화장품 소비자의 소비 경향도 바뀌고 있다. 한국 내에서도 고가 라인보다는 이름이 덜 알려진 화장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 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시장분석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중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디올이나 로레알 등 해외브랜드 매출을 넘어설 정도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이 때문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시장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회복세만을 기대하기 어렵고 회복하더라도 과거처럼 압도적인 판매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이에 중국 내 마케팅을 줄이고 그 줄어든 비용을 타 대륙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양사의 탈중국 마케팅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곳은 북미와 일본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코스알엑스’(COSRX)에 큰 기대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설립된 국내 뷰티기업 코스알엑스는 민감 피부를 위한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로 북미,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개 국가에 진출해 해외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902억원의 매출과 7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며 그중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이 고전 중인 북미와 유럽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오는 5월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연결 실적에도 편입되는 만큼 실적 개선 기대도 커지고 있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2022년 미국 현지의 화장품 브랜드 ‘타타 하퍼’도 인수했다. 지난해 9월에는 ‘라네즈’ 브랜드를 내세워 멕시코에 진출했다.

북미 내에서는 자사브랜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북미에서는 라네즈의 ‘립 슬리핑 마스크’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고 있다. 또 ‘이니스프리’와 ‘설화수’가 아마존 등 북미시장의 주요 이커머스 채널에 입점하면서 제품 라인업도 다양화했다.

일본 내에서는 뷰티 플랫폼에 입점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지형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새롭게 설정된 집중 성장 지역을 중심으로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도해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북미 시장 확대에 본격적인 모습이다.

지난 2019년부터 LG생활건강은 미국 화장품업체 더 에이본, ‘피지오겔’ 브랜드의 아시아·북미 사업권, 미국 화장품 브랜드 ‘더 크렘샵’ 등의 인수에 총 6000억원 이상을 투자해왔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색조전문 브랜드 ‘힌스’의 보유사인 비바웨이브를 인수하면서 일본 진출에도 본격적인 모습이다. 힌스는 일본 뷰티 시장에서 젊은 연령층의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힌스는 도쿄 신주쿠 지역에 직영점을 운영할 정도로 온·오프라인 동시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7511억원으로 전년보다 19.6% 줄었으나 북미 매출은 6007억원으로 10.9% 늘었다.

LG생활건강은 북미 지역에서 빌리프, TFS, 피지오겔 등 브랜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일본 등에서는 현지 특성에 맞는 브랜드를 강화해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목표다.

동시에 체질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에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등 로드숍 가맹 사업을 철수하면서 사업 구조 변화에 힘쓰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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