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
한동훈 “이재명 한 사람이 선거제를 좌우...이게 민주주의인가”

4월 총선의 비례대표는 2020년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후 자신의 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후 자신의 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4월 총선에서 적용할 비례대표 선거제 개편과 관련.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대신 ‘통합형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이다”며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 깨어 행동하는 국민들께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제시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통합형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그는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며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여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내겠다. 민주개혁세력의 맏형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그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성정당을 금지시키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며 “거대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맞은편 역시 대응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통합형비례정당 추진에 국민들께 사과를 전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위성정당 금지’를 대선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이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여 주시기를 바란다”면서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에 대해서 사과드린다. 국민께 약속드렸던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그리고 결국 위성정당에 준하는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놓고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두고 논의를 이어왔다.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가 약속한 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과 선거 유불리를 이유로 병립형 회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를 검토했으나 지난 2일 지도부 논의 끝에 이 대표에게 결정을 위임하기로 정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의 과제는 분명하다”며 “무능하고 무도하며 무책임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평화,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정권 심판론을 재차 강조했다.

◆ 한동훈 “이재명 한 사람이 선거제를 좌우...이게 민주주의인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가 준연동형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대표 한 사람이 선거제를 좌우하라고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저도 봐도 헷갈리니 국민들께서 자기들 표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며 “그 제도는 왜 그렇게 계산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이고 필연적인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제가 하나의 정당도 아니고 한 사람의 마음에 달린 상황”이라며 “민주당에 이게 민주주의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 갈팡질팡해 온 것을 우리는 봐왔다. 어떤 것이 민의를 더 반영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것이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지, 어떤 것이 그 진영에서 나눠 먹기하는 데 유리한 것인지에 대한 다툼이었다”며 “참담하다. 그렇게 정치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5천만이 큰 영향을 받을 선거의 선거제를 이재명이라는 한 사람의 기분에 맞춰서 정한다는 게 정말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게 민주주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을 공개적으로 다수당이 이 대표의 뜻에 따른다고 밝힌 것도 정말 코미디 같다”며 “이게 민주주의가 맞고, 공당이 맞나”고 재차 지적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전날 김경율 비대위원의 총선 불출마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지만, 본인의 확고한 결정이기 때문에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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