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Q 결손금 800억원, 자본잠식률 21.42%...벼랑끝 자금조달
신규 CB 납입시 미상환 사채권 690억원...주식총수 넘는 전환 물량

코스피 기업 국보가 전환사채(CB) 발행 누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오버행(잠재적 주식전환 대기 물량) 부담을 쌓게 됐다.

무려 주식총수 두 배에 육박하는 전환 물량이 잠재적 매도가능 물량으로 차익 실현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보는 자본잠식 등 악화된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어 벼랑 끝 자금 조달에 나선 모습으로 보인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물류·의류업체 국보는 전일 81억원의 유상증자 납입 완료와 함께 300억원 규모의 신규 CB 발행을 결정했다.

이번에 결의한 권면 300억원의 17회차 CB는 초기 전환가액이 2720원으로 책정됐다. 주식전환시 1102만9411주의 신주가 발생한다. 이는 현재 주식총수(1258만9769주) 대비 87.6%에 달하는 물량이다. CB 전량을 볼트 주식회사가 단독 배정받는다.

볼트는 육류 소매업 등 식육판매 기업으로 국보와는 사업상 연관성이 적어 재무적투자자(FI)에 가깝다. 다시 말해 볼트는 전환청구기간이 도래하면 보유한 국보 주식 매도를 통해 차익실현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17회차 CB의 전환청구 기간은 내년 3월 11일부터다.

문제는 이 물량 외에도 기존에 발행한 12~16회차 CB물량이 여전히 미상환 상태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기존 미상환 사채권의 권면 총액 합계는 390억9000만원에 달한다. 아직 리픽싱(주가 변동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전환가(5000원)를 기준으로도 781만8000주가 발생한다.

일괄 17회차 CB의 전환가액인 2720원으로 조정된다고 가정하면, 1437만1323주가 발생한다. 17회차 CB 물량과 합하면 현 주식 총수의 두 배를 초과하는 물량이 오버행 대기 물량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상환을 통한 전환 물량 해소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보는 수년간 누적 적자로 인해 막대한 결손금을 쌓으면서 자본잠식(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낮아진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결손금이 802억원을 기록했으며, 자본잠식률은 21.42% 수준이다.

사실상 최근의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벼랑 끝 탈출로 풀이될 만큼, 채무 상환에 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계기업들의 자금조달 양상을 보면 무분별한 메자닌 사채 발행과 상환 없는 전환이 반복되면서 예상하기 힘든 수준으로 주가희석이 발생한다”며 “일찍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의 주식가치가 소멸 수준으로 희석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CB 발행이 신사업과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보 측은 “CB 발행 조달 자금 300억원을 2차전지 관련 신사업 진출을 위한 인수(M&A) 대금으로 활용하겠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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