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기자에게 여론조사에 참여하라는 전화가 왔다. 대구 중·남구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이었다. 정치부라는 ‘사명’으로 열심히 여론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내 주소지는 대구 중·남구가 아닌데’

#직장인 A씨는 요사이 하루에 10통에 가까운 전화를 받는다. 대부분 여론조사다. 일부 번호를 차단도 했지만, 여전하다. 지난 1일에는 ‘064’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064’는 제주도의 지역번호다. 서울에 사는 A씨는 “여론조사의 신빙성 자체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주부 B씨의 하루 일과는 ‘전화번호 차단’으로 시작한다. B씨는 하루에 수많은 문자와 전화를 받는다. 모두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홍보 전화 또는 문자다. 과거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운동원 아르바이트를 했던 B씨는 “당시 공유했던 전화번호가 지금까지 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총선이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걸려오는 여론조사는 물론 예비후보의 홍보 전화 및 문자 때문이다.

급기야 포털과 SNS 등에서는 사용자들이 여론조사 차단 방법 공유에 나서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월 여론 조사기관 등록제 시행 초기 전국 기준 27곳이었던 여론 조사기관은 올해 기준으로는 88곳까지 늘었다.

조사기관이 늘면서 전화조사도 폭증했다. 전국 단위로 가장 최근 열렸던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선거운동 개시일(5월 19일)부터 여론 조사 결과 공표 금지일 전날(5월 25일)까지 7일 동안 여론 조사 전화 횟수는 총 1624만5204통이었다. 이는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당시 같은 기간(1426만2573통)보다 198만2631통(13.9%)이 늘어난 숫자다.

◆무작위 여론조사, 신빙성은 있나

모 예비후보의 홍보 문자 캡처. 사진=파이낸셜투데이
모 예비후보의 홍보 문자 캡처. 사진=파이낸셜투데이

뿐만 아니다. 여론조사가 늘어나면서 신빙성이 의심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의 응답을 늘리기 위해서 지역을 넘나드는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에 살고 있는 유권자가 대구와 제주의 여론조사를 받기도 하는 일은 비일비재했으며, 해외에 거주하는 이가 받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투표권이 없는 미성년자가 여론조사 전화를 받는 일은 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권자들의 피로감 호소는 여론조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총선이 본격화되면서 수많은 예비후보의 홍보 전화와 문자도 피로감의 원인이다.

한 유권자는 “지워도 지워도 계속오는 문자는 애교”라면서 “전화가 와서 받아보면 대뜸 자기 소개를 하는 홍보 전화는 웃길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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