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 영업이익 26조 돌파…삼성전자 제쳤다
매출, 영업이익, 판매 등 역대 기록 갈아치워
경영 불확실성 대두…변화·혁신으로 파고 넘는다
R&D 조직 대대적 개편…SDV 전략 가속화

3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의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새해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3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의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새해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허약한 체질은 쉽게 쓰러지고, 작은 위기에도 흔들리지만 건강한 체질은 큰 난관에서 중심을 잡고 이겨낼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임직원들에게 체질 개선에 대한 중요성을 당부하며 한 말이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기아는 올해부터 대기수요 소진, 전기차 경쟁심화, 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둔화 등의 영향으로 실적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끊임없는 변화와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지난해 연간 누적 기준 99조808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전년 매출 86조5590억원) 대비 15.3%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조2331억원에서 60.5% 증가한 11조6079억원을 기록했다. 도매 기준 판매 대수는 290만1798대에서 308만7384대로 6.4% 늘었다. 매출, 영업이익, 판매 대수 등 모든 경영 지표 부문에서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 것.

기아는 실적 개선 요인으로 ▲글로벌 판매의 역대 최대치 증가 ▲고수익 지역의 판매 비중 확대 ▲고가 차종 및 고사양 트림 비중 확대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등을 꼽았다.

이날 오후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도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62조669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14.4%, 54.0% 증가한 규모다. 이는 지난 2010년 새 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래 연간 최대 실적이다. 현대차는 지난 2022년에도 한 해 동안 9조91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쓴 바 있다.

이로써 현대차와 기아 양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26조734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전년도 합산 영업이익(17조529억원)보다 무려 10조원 가까이 많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와 2위를 나란히 기록하면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조5400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도 제쳤다.

다만 현대차는 향후 전망과 관련해 신흥국 위주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실물경제 침체 등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요 시장의 수요 확대를 통한 판매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높은 금리 수준 등 대외 매크로 변수로 인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글로벌 불확실성 심화 속 정의선 회장이 꺼내든 새해 경영 키워드는 ‘변화와 성장’이다. 2024년을 전사적 체질 개선의 원년으로 삼아 지속 가능한 미래를 도모한다. 그 방향성으로는 ▲환경을 위한 사회적 책임 ▲최고의 품질 ▲보안 의식 등 3가지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각 계열사의 수소사업 역량을 수평적으로 연결해 ‘생산-저장-운반-활용’ 등 수소 생태계 사슬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9일부터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원에서 열린 CES2024에서 ‘수소 생태계 완성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특히 자체 수소연료전지 브랜드 ‘HTWO’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확장, 수소 사회 전환을 선도하는 ‘HTWO 그리드’ 솔루션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이 보유한 기술로 탄소배출이 없는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비즈니스 과정과 암모니아 운반선이 저장·운송을 담당하며,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수소전기트램, 수소전기차 등의 수소 모빌리티로 이를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전환을 위한 그룹 중장기 전략 ‘SDx(Software-defined everything)’도 공개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 개발 체계로 전환하는 SDV(Software-defined vehicle)에서 출발하는 SDx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각각 개별적인 개발·업데이트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아키텍처 구축이 핵심이다.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차량과 플릿(fleet)으로 이동 데이터를 축적하고, 인공지능(AI)과 접목해 다양한 이동 솔루션으로 확장한 후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기아는 PBV 모빌리티에 집중한다. PBV의 개념을 ‘Platform Beyond Vehicle(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로 재정의한 기아는 단계별 PBV 로드맵을 공개했다. 내년 첫 중형 PBV인 PV5 출시를 통해 PBV 사업에 본격 나선다. 이어 대형 PBV인 PV7과 소형 PBV인 PB1을 추가하고 영역을 확대해 맞춤 제작 방식의 ‘비스포크 모빌리티 솔루션’ 형태로 발전시키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단계별 PBV 로드맵 추진을 통해 자율주행,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 신기술과 현대차그룹의 SDV 전략을 연계한 PBV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향후에는 모셔널과 함께 개발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PBV 로보택시 모델도 선보인다.

현대차그룹의 변화는 사업뿐만 아니라 조직과 일을 하는 방식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6일 연구개발 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그룹 내 흩어져 있던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통합해 ‘미래차 플랫폼(AVP) 본부’로 신설한다는 것. 초대 AVP본부장에는 송창현 현대차 SDV본부 사장(포티투닷 대표)이 낙점됐다. 송 사장은 애플, 네이버 등을 거쳐 2021년 현대차그룹으로 공식 영입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으로 플랫폼 개발 및 설계, PM 경험을 통해 차량 개발 전반에 대한 역량을 두루 갖춘 전문가로 꼽힌다.

AVP 본부는 현대차·기아 SDV 본부와 남양연구소 SW 연구 담당, 기존 CTO 아래 차세대 플랫폼 제품 개발을 주도한 메타(META, Mobility Engineering & Tech Acceleration) 담당 인력을 포괄한다. R&D 본부는 기존 CTO 조직을 R&D 본부 체제로 전환해 경쟁력 확보와 자동차 양산 관련 개발을 담당한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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