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무료’ 등 공격적 확장 나선 빗썸…수익성은 숙제
내실 다지기 집중하는 업비트…사용자 편의성 강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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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하면서 얼어붙었던 가상화폐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 간 1위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만년 2위 빗썸은 출혈을 감수하는 ‘공격적’ 전략으로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집중하고 있고, 최대 거래소 업비트는 비교적 ‘보수적’인 전략으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023년 말 국내 가장화폐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이슈는 만년 2위 빗썸의 점유율 1위 탈환이었다. 하루 만에 내려와야 했던 ‘반짝 1위’였지만 4년 만의 정상 탈환에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빗썸은 지난달 27일 24시간 거래액 기준 4조7440억원이 거래되면서 점유율 50.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업비트는 4조5760억원(48.5%)의 거래액으로 2위에 올랐다. 빗썸 점유율은 다음날 40%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1위 자리를 다시 업비트에 넘겼다.

빗썸은 2019년까지만 해도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는 1위 업체였다. 하지만 2020년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입출금 계좌 연동 협약을 맺고 높은 편의성을 무기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1위에 올랐고, 이후 업비트 점유율이 80~90%대까지 오르며 독주 체제가 굳어졌다.

빗썸은 지난해 10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최초로 취급하는 모든 가상화폐에 대한 거래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선언했다. 지난해 9월 한 자릿수대 점유율을 기록하던 빗썸은 수수료 무료 정책 발표 이후 10%대로 상승했다가 12월 30% 안팎을 오갔다.

빗썸 점유율의 정점을 찍게 만든 것은 ‘메이커 리워드’다. 빗썸의 멤버십 프로그램 중 하나인 ‘메이커 리워드’는 메이커인 지정가로 거래할 시 0.01% 수수료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이벤트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빗썸의 점유율을 50% 가까이 끌어올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공격적인 상장 전략 또한 투자자들의 눈길을 돌리는데 기여했다. 원화마켓 기준 지난해 빗썸은 88개의 가상화폐를 상장했다. 업비트는 12개에 불과했다. 빗썸의 원화마켓에 상장된 가상화폐는 업비트 대비 7배가 넘는다.

빗썸은 2025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빗썸은 이번 IPO를 통해 시장에서 투자자 신뢰를 제고하고, 가상화폐 거래소 1위에 오른다는 복안이다.

빗썸은 최대주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의장을 빗썸홀딩스 등기이사로 복귀시킴과 동시에 코인 상장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는 이사회에서 제외시키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빗썸홀딩스 대표는 이재원 빗썸코리아 대표가 겸직한다.

문제는 수익 악화다.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는 현재 실적 침체기를 걷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324억원, 영업손실 7억원, 순손실 10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0%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전환했다.

향후 실적 전망도 어둡다. 2022년 기준 빗썸코리아 연매출 3200억원의 대부분은 수수료 수익이었다. 수익원이 수수료 하나 뿐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수익성이 좋지 않은 기존 사업들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무료 정책을 지속한다면 손실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라며 “상승시킨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수익원을 발굴해야만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1위 업비트는 비교적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빗썸에서 시작돼 고팍스, 코빗으로 이어진 거래 수수료 무료 바람에도 원화마켓 기준 0.05%의 거래 수수료를 일관되게 유지 중이다.

상장 전략에서도 빗썸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빗썸이 신규 프로젝트 중 유망한 프로젝트 코인을 선점하는 것과 달리, 업비트는 거래소 내 비트코인 마켓에서 거래되던 코인 중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프로젝트들을 원화마켓으로 신규 상장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원화마켓에 신규 상장한 코인 12개 중 절반이 넘는 7개의 코인이 기존 비트코인 마켓에서 거래되던 코인이었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검증된 가상화폐만 상장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동시에 올해 7월 시행될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업비트는 지난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지난해에만 세 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를 개선하며 서비스 고도화를 이끌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2014년부터 운영해온 ‘증권플러스’ 노하우를 살려 짧은 시간에도 손익이 달라지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용자 친화적인 앱 서비스르 투자자의 호응을 얻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거래소 중 최초로 멀티체인 지원을 시작, 투자자가 수수료가 저렴한 네트워크를 선택하게 했으며, 착오전송 위험 또한 크게 줄였다.

7월에는 ‘더보기’ 페이지를 변경, 스테이킹, NFT와 증권플러스,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 패밀리 서비스에 대한 투자자 접근성을 개선했다.

지난 8월부터는 고객의 소리를 반영해, 투자자가 가장 원하는 기능을 살려 만든 ‘업비트 실험실’을 업데이트, ▲단순 수익률 ▲시간가중 수익률 ▲금액가중 수익률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업비트의 보수적인 경영 전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 관계자는 “편리한 사용자 경험과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추진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업비트는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UI/UX 개선에 집중하면서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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