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재’ 지적에도 대응 없자 시위 전개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는 맹추위에도 열댓 명 되는 인원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이들에게 이유를 묻자 “비행선을 보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정오가 되자 정말 비행선 하나가 상공으로 떠올랐다.

이날 비행선을 띄운 건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HoYoverse)가 개발한 인기 게임 ‘원신’ 유저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서울 한복판에 비행선을 띄우는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일까.

핵심 배경은 “뉘우쳐라, 고객과의 소통 없는 기업 호요버스”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 ‘게임사의 소통 부재’다. 시위를 주최한 유저들은 “호요버스 한국 지사의 지속적인 소통 부재에 대하여 규탄하며 유저의 불만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라는 공식 입장문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게임업계를 할퀴고 갔던 ‘집게손 논란’은 일종의 방아쇠가 됐다. 넥슨과 스튜디오 뿌리 간 원·하청 작업물에서 시작된 논란은 정치권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의 대대적인 젠더 이슈로 비화됐고, 그 여진은 일종의 책임 공방으로 남아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이다.

‘원신’ 역시 동일한 이슈에 휘말렸는데, 이에 대한 사측의 공식 입장이 전무하자 그간 소통 부재에 대한 불만이 축적된 유저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

유저들은 이달 초 열린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게임 축제 ‘AGF 2023’에도 시위용 트럭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직후 진행된 ‘원신’ 공식 방송에서도 ‘채팅 차단’ 등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유저들 사이에서 ‘비행선을 띄우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고 한다.

관련해서 호요버스 코리아 관계자는 “여행자 여러분께서 보다 버전 방송 자체에 집중하시기 바라는 차원에서 실시간 채팅창을 닫게 됐다. 이로 인해 불편을 느끼셨을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이며 “이후로는 실시간 채팅창을 다시 정상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며, 특별한 사유로 인해 채팅창을 닫게 될 경우 미리 사전 공지를 통해 안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유저들이 띄운 비행선은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운행된다. 22일 시위는 호요버스의 한국지사 역할을 맡고 있는 코그노스피어코리아 사옥 일대에서 이뤄지며, 나머지 3일은 원신 테마 카페가 위치한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진행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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