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의류 도-소매 연결 ‘신상마켓’ 10년 만에 글로벌 진출
가구 B2B플랫폼 ‘올펀’, 론칭 10개월 만에, 가구 업계 ‘주목’

인터넷을 활용한 B2B 플랫폼이 일부 업종에서 성공 모델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신속, 편리, 비용절감 등 여러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 10년 만에 ‘대박’ 의류 B2B플랫폼 ‘신상마켓’

B2B 플랫폼의 대표주자이자 성공모델은 단연 ‘신상마켓’이다. 서울 동대문 패션도매업체와 전국 의류 소매상들을 연결해 주는 의류거래 플랫폼으로 2013년 7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당시 스타트업 기업인 딜리셔스가 동대문 의류도매시장의 도매상과 이들에게서 옷을 사다 파는 전국의 의류 소매상들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신상마켓 플랫폼은 아무나 이용할 수 없다. 사업자등록번호가 있는 상인들만 이용할 수 있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상인들에게서 “굳이 이런 게 필요할까”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게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로 바뀌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의류기업과 도매업자 2만8000여명, 소매업자 13만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앱 다운로드 170만 회, 누적 등록상품 8500만개, 누적 거래액이 무려 3조원에 이른다. 동대문 패션 도매 사업자 80%가 신상마켓을 이용할 정도다.

특히, 신상마켓은 부산, 광주 등 지방에서 의류소매를 하는 상인들에게 획기적이었다. 지방에서 관광버스나 열차를 타고 상경해 밤사이 상품을 사서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는 ‘재래식’ 구입 방식에 비하면 시간과 비용, 체력 등 모든 면에서 비교 불가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신상마켓 안에서는 이제 단순 판매뿐만 아니라 검수, 포장, 배송 작업까지 대행하는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고, 지난해부터 일본과 중화권 국가에 진출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장흥석 딜리셔스 대표는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상마켓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거래처를 확장하려는 패션사업자의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의류 도소매상들이 국내외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시스템과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구 거래의 혁명…가구 B2B플랫폼 ‘올펀’

아날로그 거래방식의 대표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가구시장에도 B2B 바람이 불어닥쳤다. 온라인 가구 B2B플랫폼의 개척자는 ‘올펀’이다. ‘가구의 모든 것’을 슬로건으로 걸고 출발한 올펀은 지난 2월 플랫폼을 론칭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가구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펀은 가구 제조, 도매업체와 소매업체를 연결하는 전용 플랫폼으로 PC와 모바일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펀 역시 가구 관련 사업자등록증이나 명함을 제출받아 엄격한 관리를 한다. 오픈한지 채 1년도 안 됐지만 사용자 수가 4200여명으로 늘었고, 가입한 제조, 도매업체만 1000여개에 이른다. 현재 등록된 제품 수는 1만개가 넘고 각종 신제품이 24시간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가구업계는 영업사원이 카탈로그 등 제품 홍보물을 들고 소매상을 찾아다니거나 가구잡지의 광고를 통해 제품을 알리는 ‘아날로그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시간과 비용을 엄청나게 수반하는 데다 시장의 변화에 따른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올펀은 제조/도매업체들이 직접 상품을 등록한다. 소매업체는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고 관심 상품이 있으면 직접 해당 업체와 연락하여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품을 등록하는 도매업체나 구입하려는 소매업체 모두 편리함은 물론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플랫폼 이용에 따른 회비나 수수료 부담이 도·소매 양측에 전혀 없어 홍보에 수반되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있다.

올펀은 가정용, 사무용, 업소용 가구는 물론 조달가구, 주문제작가구 등 다양한 종류의 가구와 목공기계, 가죽원단 등 가구 관련 제품을 플랫폼에 진열하고 있는데, 최근 인테리어업계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가구관련업체’에만 국한했던 올펀의 가입 문호를 ‘인테리어업체’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 결과 인테리어업체들이 올펀 플랫폼 안에서 붙박이장이나 싱크대 같은 고정형 가구의 거래는 물론 사무용, 또는 업소용 가구의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윤의 올펀 팀장은 “최근 올펀에 등록된 식탁 제조업체의 제품이 가구 MD의 눈에 어필돼 해당 업체와 연결, 8개월 만에 10억원에 이르는 거래가 성사되는 등 업계의 반응이 뜨겁다”며 “국내 뿐 아니라 유럽, 미국, 아시아 등 해외 가구도 진열돼 세계적인 가구 B2B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주류 도-소매 와인 발주 플랫폼, ‘마켓뱅’

‘마켓뱅’은 와인 수입사와 소매 매장 점주를 직접 연결하는 B2B 와인 거래 플랫폼이다. 와인 검색에서부터 발주, 거래 이력관리 등 모든 과정을 온라인에서 쉽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시스템이다. 와인 수입사에서 기존 담당자가 수작업으로 관리해 오던 발주과정을 자동화해 담당자의 업무 부담을 30% 이상 절감했다고 회사 측은 밝힌다. 점주는 담당 사원에게 전화로 문의할 필요도 없이 실시간으로 재고와 가격을 확인하고 클릭 한 번으로 간단히 원하는 물량을 24시간 발주할 수 있다.

이같은 마켓뱅의 서비스는 와인 수입사와 점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끌어내, 서비스 오픈이후 매월 거래액이 3배씩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론칭 5개월 만에 1800개가 넘는 매장이 마켓뱅을 이용해 와인을 주문하고 있고 60여개의 와인 수입사와 2000여종의 상품이 입점하고 있다.

마켓뱅을 운영하는 송정수 쓰리랩스 대표는 “와인은 수입사와 상품 수가 다양하고 복잡해 거래 과정이 가장 까다로운 주류분야”라며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거래로 수입사와 점주 양쪽 모두가 쉽고 편리하도록 와인 유통 생태계를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거래도 B2B플랫폼으로…‘푸디버스’ 내달 론칭

2012년 설립된 비프 솔루션 플랫폼 기업 푸디버스는 다음 달 중으로 축산 B2B플랫폼을 공식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푸디버스는 그동안 미국과 호주 등 현지로부터 쇠고기를 중심으로 육류를 수입해 국내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주요 공급사는 외식 프랜차이즈, 식품사, 커머스 업계 등으로. 올해 750여개 사를 확보했고, 누적 거래처는 1만여개에 달한다.

10여년 축산 B2B 분야에서 쌓은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육의 안정적인 수급 환경을 구축하고 이익을 극대화해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률 5%를 달성했다.

푸디버스의 당면 목표는 축산업으로 유명한 서울 마장동의 선진화다. 폐쇄적인 성격을 띠는 기존 축산 거래의 관행을 B2B 플랫폼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다. 다음 달 출시를 목표로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호준 푸디버스 대표는 “플랫폼 안에서 원육 수입과 대형 유통사 등 공급자와 프랜차이즈, 대형 식당, 중소형 유통사 등 구매자는 각각 파트너를 찾고, 최적의 조건으로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게 된다”며 “플랫폼에 국가, 코드, 환율, 부위, 원육 코드 등 축산에 꼭 필요한 구분법으로 분류해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축산 거래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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