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MMORPG 개발사의 서브컬처 도전기

(왼쪽부터) 천삼 웹젠노바 대표와 윤태호 PD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웹젠
(왼쪽부터) 천삼 웹젠노바 대표와 윤태호 PD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웹젠

중장년 게이머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만한 ‘뮤(MU) 온라인’ 개발사 웹젠이 변하고 있다. 최근 서브컬처 타이틀을 잇달아 퍼블리싱 하더니, 이제는 직접 개발한 신규 서브컬처 IP(지식재산권) 신작까지 선보이며 본격적인 이용자층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스타 2023’에서 선보인 ‘테르비스’는 웹젠의 첫 자체 서브컬처 IP를 기반으로 자회사 웹젠노바에서 개발 중인 게임이다. ‘애니메이션풍 수집형 RPG’로 설명되는 ‘테르비스’의 외형은 웹젠의 간판이자 클래식 MMORPG ‘뮤’와 정반대의 외형을 갖고 있다.

‘1세대 게임사’ 웹젠이 대변신을 도모하게 된 건 결국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뮤 IP를 모바일로 이식한 웹젠의 매출은 2014년 734억원에서 2020년 294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세가 꺾인 후 지난 2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해 줄어들고 있으며, 올해도 전년 대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일 전망이다.

천삼 웹젠노바 대표 역시 지난 17일 진행된 ‘테르비스’ 미디어 공동 인터뷰에서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지 않는다면 향후 10년, 그리고 20년뒤에도 웹젠이라는 회사가 사랑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게임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뮤가 아니더라도 이용자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IP와 색깔 있는 스튜디오를 만들고자 한다”라는 천 대표는 “MMORPG 이용자나 장년층 게이머뿐만 아니라 젊은층도 사랑하는 게임사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테르비스’에 앞서 웹젠은 수집형 RPG ‘라그나돌: 사라진 야차공주’를 국내에 들여오더니, 유명 애니메이션 원작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도 연이어 출시했다. 비록 두 게임 모두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진 못하고 있으나, 웹젠은 이들을 서비스하며 확보한 서브컬처 소비자 유형과 운영방식 노하우를 ‘테르비스’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웹젠

그렇다면 웹젠이 공들여 개발하고 있는 ‘테르비스’는 어떠한 게임일까.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를 너무 많이 시청한 나머지 “대사를 외울 정도”라는 천삼 웹젠노바 대표는 “저흰 2D에 진심인 개발 스튜디오다. 저도 그렇지만 저희 멤버 중에 저보다 덕후인 사람들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서브컬처 이용자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함께 공감하고 있는 ‘찐덕후’들이 모여 ‘테르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이름은 대지를 뜻하는 라틴어 ‘테라’와 순환을 뜻하는 ‘오르비스’의 합성어로, 다른 차원의 이세계 이름이자 이세계를 관장하는 여신의 이름을 의미한다. 지구인들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테르비스’라는 이세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소환된 주인공의 여정이 게임의 주된 배경이다.

‘테르비스’는 수집형 RPG 장르의 핵심인 캐릭터 수집의 난이도와 스트레스를 낮춰, 보다 다양한 캐릭터 운용이 가능토록 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캐릭터들의 ‘명함’을 획득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대신, 이들을 육성시키는 것이 게임의 기본적인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손짓부터 미묘한 표정까지 캐릭터별 특징들이 ‘스파인’ 기술을 통해 구현되고 있으며, 2D 캐릭터와 3D 배경이 혼합된 전투 화면 구성과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배경 등도 특징으로 꼽혔다. 특히 캐릭터 필살기 사용 컷신의 퀄리티에 대한 호평이 공통적으로 쏟아졌다.

‘지스타 2023’를 통해 첫 시연을 선보인 ‘테르비스’는 내년 정식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천삼 웹젠노바 대표는 “내년 상반기 중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고, 여름 정도면 게임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추이에 따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서구권까지 글로벌 출시도 도모한다는 포부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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