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전국골프장 내장객수 감소세
팬데믹 이전 대비 이용료 큰 폭 올라…美日보다 비싸
'20만원 리무진카트'에 ‘5만원 떡볶이’까지 등장
“초과수요 관건…그린피 안 내릴 것” 전문가 지적

국내 한 골프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한 골프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골프장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여파로 지난 몇 년간 수혜를 누렸지만, 엔데믹을 맞아 다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팬데믹 때 인상된 이용료가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그린피를 이전으로 되돌리기엔 이미 시장규모가 너무 커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제주자치도가 공개한 ‘도내골프장 내장객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장객은 117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28만여명이 줄었다. 도외 내장객이 26만 1884명이나 크게 감소한 탓이다. 감소량의 92%를 차지하는 규모다. 지난 3년간 연평균 270만여명의 골퍼가 제주를 찾았지만, 현재 추세론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2020년으로의 회귀가 확정적이다.

이 같은 감소는 코로나19 방역단계 완화에 따른 해외이탈과 고환율·고물가로 인한 국내경기 침체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태국 일부지역 골프장은 이미 내년 1월까지 예약이 마감됐고, 일본·중국·베트남·캄보디아 등에도 국내골퍼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들 국가가 한국 골프인구 유치에 여러모로 박차를 가하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내놓은 ‘2023 상반기 운영실적 현황’에 따르면 전국골프장18홀 이상 내장객수는 전년 동기대비 6.7% 감소한 총 514만 9197명으로 집계됐다.

매출액(5.2%↓)·입장수입(5.8%↓)·영업이익(24.5%↓)도 모두 감소세였다. 특히 제주는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14.8%나 급감했다. 경기·호남지역도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일각에선 골프장을 이용하는 데 드는 값비싼 이용료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서 발간한 ‘레저백서 2023’에 따르면 지난해 비회원제 골프장의 1인당 주중 평균이용료는 2019년 대비 4만5000원이 상승된 17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미국 4만7400원·일본 5만5400원과 비교하면 약 3~4배인 값이다.

2022년 국내골프장 산업규모는 9조43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58.9% 급증한 수치다. 팬데믹특수로 그린피와 카트피, 캐디피에 식음료비까지 모두가 가파르게 상승한 까닭이다. 특히 그린피는 지난 3년간 20~30%가 올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조사결과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대중제 골프장 그린피 평균인상률은 주중 약 33%였다. 토요일은 24%였다. 주중 그린피는 13만4200원에서 17만8900원으로 4만4700원 인상됐고, 토요일 그린피는 18만1300원에서 22만5700원으로 4만4400원 올랐다. 수도권·충청·호남지역의 경우 세제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 요금과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요금과의 차이가 최대 1만4000원에 불과하다는 것도 논란이었다.

평균 8만원이던 카트피는 최근엔 11만원까지 올랐다. 최근 홍천 한 골프장엔 이용요금이 20만원에 달하는 일명 ‘리무진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중 5000원인 떡볶이가 그늘집에선 4~5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캐디피 총지출액도 지난해 1조7188억원으로 2019년보다 46.3% 급증했다. 골퍼 1인당 연간 캐디피 지출액은 약 3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초만 해도 13만원이던 팀당 캐디피는 캐디 고용보험 의무화에 따라 현재는 15만원이 평균가다. 하우스캐디 없이 라운드를 희망하는 골퍼비율이 조사대상 중 60%를 넘는다는 설문결과가 등장한 이유다.

내장객수가 줄자 올해 초 한 수도권 골프장은 동계휴장을 실시했다. 지난해 이 골프장은 동계에도 정상영업을 한 곳이다. 명목은 잔디보호 및 시설물 유지보수. 하지만 실상은 대다수 국내골퍼가 동남아로 떠나는 것이 이유였다. ‘꿩 대신 닭’으로 스크린골프나 파크골프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파크골프는 매년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 중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2026년까지 ▲골프인구 600만명 ▲시장규모 22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실질적 골프대중화’와 ‘지속 가능한 산업혁신’을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에 기존의 회원제·대중제 이분체제가 회원제·비회원제·대중형의 삼분체제로 개편됐다. 대중형 골프장으로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성수기(5월·10월) 비회원 평균요금에서 최소 3만4000원이 저렴해야 한다. 현재 비회원제 중 386곳이 대중형으로 지정됐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골프장6홀 이상 연간이용객은 총 5058만3383명회원제 1679만명·비회원제 3378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작 1만6000여명이 증가한 수치다. 그간 국내 연간내장객은 2018년 총 3793만7952명·2019년 총 4170만992명·2020년 총 4673만6741명·2021년 총 5056만6536명까지 매년 평균 10%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올해만 해도 골프장 10곳 가량이 새로 문을 열었고 2026년까지도 신규골프장 수십 곳이 예정돼 있다”며 “팬데믹 동안 형성된 골프인구가 관건이다. 아직 잠재적 초과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팬데믹 동안 오른 그린피가 수요가 줄어드는 비수기 때는 내릴지 몰라도 평시엔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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