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좋고 매부 좋고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 KCC그룹(회장 정몽진)의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룹 총수 일가 또는 회사 측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를 대거 선임해 기업 감시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KCC 이사회가 상정한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50억원으로 경영투명성을 위해 일한 대가이지만 그 독립성이 훼손되면서 보수 결정 기준까지 의심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위해 자격 제한을 두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KCC 정몽진 회장

 

과거 회사임원 사외이사 선임, 객관성 결여
오너와 직·간접 이해관계자...독립성 훼손 우려


KCC는 2월 25일 이사회를 통해 공석환, 정종순, 이정대씨 등을 선임했다. 그런데 이 세 명 모두 그룹 총수나 회사와 연관이 있어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을 문제 삼고 있다.

정종순 사외이사는 1970년대부터 KCC에서 재직했으며 1994년부터 2003년 2월까지 회사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정대 이사 역시 지난 1994년 KCC 생산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두 이사 모두 회사에 임원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KCC 사외이사는 거수기?

공석환 이사도 2003년부터 KCC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공 변호사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정몽진, 정몽익 대표이사 등 지배주주 일가와 고교 동문이다.

특히 2003년 12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공개매수에 대해 동의 결정을 내린 것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현대엘리베이터는 금융당국이 처분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KCC가 공개매수를 신청한 것에 대해 회사 자금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항의했다.

경제개혁연대에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위해 법령으로 선임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 뿐만이 아니라 KCC 계열사인 KCC건설에도 사외이사 선임으로 인해 잡음이 일고 있다.

KCC건설 조희영 이사는 정 명예회장의 동국대 후배이며 이 둘은 동국대 총동창회 소속이다. 이 모임에서 조 이사는 지도위원을 담당하고 있으며 정 명예회장은 고문을 맡고 있다.

안성진 이사는 사외이사 선임 직전까지 KCC건설 고문을 맡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회사의 임직원이 퇴직 후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정해둔 기간을 2년 이내에서 5년 이내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합도 감싸주는 사외이사

사외이사 문제로 인해 얼마 전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KCC가 한국유리공업과 판유리 담합에 대해 자진신고를 한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조사 결과 발표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를 맡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정위원장을 지냈던 권오승 교수가 지난해 3월 KCC의 사외이사로 온 것이 이번 담합조사 발표 지연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CC와 한국유리는 2009년 3월 공정위로부터 판유리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한 현장조사를 받았다. 곧바로 두 회사로부터 자진신고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조사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두 회사는 판유리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06년 1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판유리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몽진 회장과 권 교수는 용산고 동문으로 늦어도 지난해에 나왔어야 할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권 교수가 봐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자진신고 우선순위 업체가 한국유리에서 KCC로 바뀐 것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한국유리는 2009년 3월에 담합 사실을 공정위에 첫 번째로 자진신고 했지만 같은 해 7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과징금 전액을 감면받을 수 있는 업체가 KCC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하는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가까운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방패막이’나 ‘거수기’로 활용되고 있다며 사외이사 선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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