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영범 기자
사진=심영범 기자

건실하고 영양가 있는 질문과 답변은 언제 나올까? 매년 가을시즌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국정감사 일정이 나오면 드는 생각이다.

올해도 국회는 갑질 의혹, 근로자 사망 사건, 잼버리 사태 등을 필두로 주요 유통업계의 수장들을 불러들일 계획이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쿠팡CPLB 산디판 차크라보티 대표가 생활용품 판매와 관련해 국감장에 설 예정이다.

오는 12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엔 청소년 설탕 과소비 문제 관련 프랜차이즈 브랜드 ‘왕가탕후루’를 운영하는 김소향 달콤나라앨리스 사장이 불려간다.

같은날 고용부 국감엔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샤니 이강섭 대표이사, 코스트코코리아 조민수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여성가족위원회에선 야당이 ‘잼버리 파행 사태’ 관련 GS리테일과 아워홈 측 증인신청을 검토 중이다.

정무위원회는 16일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와 구본학 쿠쿠전자 대표, 문영주 투썸플레이스 대표, 피터곽 아디다스 코리아 대표, 이종현 케이지할리스에프앤비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밖에도 적지 않은 유통가의 수장들이 국회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올해 국정감사도 예년처럼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

주요 유통가 CEO들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건강상 이유 등으로 불출석 사유를 제출하거나 이를 응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유통가 수장들이 양반소리를 들을 지경이다.

그러나 매년 유통가 수장들은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난다, 검토해보겠다라는 교과서적인 답변조차도 하지 않았다. 불렀으니까 오긴 왔지만 속시원한 대답은 할 생각이 전혀 안보이는 태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민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되는 국회의원들의 수준 낮은 질문도 문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슈거리를 물어서 한표라도 더 얻겠다는 한심한 작태가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과거 국정감사를 복기해보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인기캐릭터 펭수를 증인으로 채택해 이슈몰이에만 여념이 없고 당장 시급한 현안에 대한 진정성 있는 질문과 답변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올해는 탕후루가 이슈몰이에 오를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번 국감에서 탕후루 프랜차이즈인 ‘달콤왕가탕후루’의 김소향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탕후루가 청소년의 건강에 위해될 수 있다는 취지이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소비자들이 과연 탕후루의 위해성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인지하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속시원하게 파헤쳐줄거라고 기대할지 미지수다.

한 지인은 “배울만큼 배웠다는 국회의원들 수준이 유치원생보다도 못할때가 있다”면서 “누구를 위한 국정감사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더 이상 의례적으로 하는 국정감사는 곤란하다. 정치인들의 표심을 위한 국정감사는 더더욱 곤란하다. 아울러 증인으로 채택된 유통가 수장들도 올해 있었던 불미스럽고 개선해야 할 문제에 대해 대충 답변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태도는 없어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주체는 소비자이다. 주체는 등한시하고 본인들 욕심 채우기와 책임 회피하기로만 얼룩진 국정감사는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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