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보이지 않아”

[파이낸셜투데이=성현 기자] 취임한지 갓 1주년이 넘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52)에게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1월 말 오뚜기 제품의 가격을 편법으로 인상했다는 의혹에 휩싸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외이사의 행동들이 함영준 회장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오던 참치통조림 시장과 라면 시장에서 뒤에 쳐져 있던 사조산업와 한국야쿠르트로부터 추격을 당하고 있는 순간이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라면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풀무원으로부터 1차 목표로 지명 받는 수모까지 당하고 있다. 

▲ 오뚜기 본사와 함영준 오뚜기 회장


10년 기다린 취임 첫돌 잔치에 재가루 뿌린 두 사외이사
답보상태 경영실적에 아버지 그늘 아래 있다는 의혹까지

오뚜기는 지난 2월 중순 정기주주총회 공고를 내면서 김무희(63), 정순환(70) 사외이사의 이시회 출석율과 의안 찬반 여부 내역을 공개했다.

김 사외이사는 지난해 열렸던 15번의 이사회 가운데 1번을 제외한 14번을 출석해 93%가 넘는 높은 출석률을 기록한 반면 정 사외이사는 단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사회에 회부된 안건의 찬반 여부도 김 사외이사는 참석한 14번 모두 찬성표를 던져줬으며, 이사회에 참석한 기록이 없는 정 사외이사는 당연히 불참처리 됐다. 

함영준 회장, 사외이사진과 소원한 관계?

이것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게 기록한 오뚜기에 있는 단 두명의 사외이사의 지난해 이시회 기록표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월 11일부터 12월 27일까지 15번이나 치러졌던 이사회에 김 사외이사는 100% 찬성표를 던지고 정 사외이사는 100% 불참했다.

김 사외이사는 사외이사의 전형적인 폐단으로 불리는 이사회 ‘거수기’ 역할에 지나지 않았고, 정 사외이사는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사외이사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김 사외이사는 태동화학공업 전무출신으로 함태호 명예회장(81)이 회장으로 있던 지난 2005년 3월 중순 오뚜기의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정 사외이사는 전 태원산업 대표의 지난해 3월 중순 오뚜기에 발을 딪은 인물이다.

두 사외이사의 경영참여도가 눈에 띨 정도로 저조하자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함영준 회장과 두 사외이사 간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함 회장의 경영실적이 두 사외이사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함 회장은 지난 2000년 3월부터 오뚜기 사장직에 있으면서 부친인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능력을 전수 받았지만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실적이 지지부진 하다.

함 회장이 함 명예회장과 함께 오뚜기를 이끌던 2000년부터 2009년까지의 당기순이익이 6배가량 증가한 것에 비해 지난해의 사정은 다른 것이다. 

10년의 세월이 무색한 실적

함 회장은 그가 취임한 2010년 3월부터 시련을 겪었다.

한 시장 조사기관의 참치통조림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15년간 수성해왔던 2위 자리를 사조산업에게 내준 것이다.

이 조사기관의 집계 결과 사조참치가 참치통조림 시장에서 점유울 16.2%를 기록하며 오뚜기 참치의 시장점유율 15.1%를 제쳤다.

사조산업이 1990년대 중반 이후 10여년 동안 경영난을 겪어오던 터라 오뚜기의 충격은 한층 심했다.

지난해 10월 나온 시장점유율 통계에서도 사조산업에 5%이상 뒤지며 3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9월 기업들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공개되면서 라면시장에서의 입지도 불안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라면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3위를 지켜오던 오뚜기의 매출액이 900억을 기록하고 4위 한국야쿠르트 870억을 기록했다는 실적 발표가 나온 까닭이다.

지난 1월에는 풀무원마저 라면시장에 진출한다며 1차 목표로 오뚜기를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취임 첫해 유달리 역경을 겪은 함 회장의 실적은 지난 2월 초 발표된 지난해 영업성적표 살펴보면 엿볼 수 있다.

오뚜기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3,729억원으로 2009년의 1조3639억원에 비해 0.6%상승하는데 그쳤다.

여기에 지난해 영업이익은 550억원에 머물러 2009년에 비해 15.7%나 감소하기까지 했다.

지난 10년동안 함 명예회장 밑에서 경영을 배우며 쌓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사외이사로 들어온 두 임원의 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성적표였다. 

함태호 명예회장의 배후 조종?

함 회장은 재계 일각으로부터 함태호 명예회장의 배후 조종을 받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함 명예회장의 오뚜기 지분율이 17.46%를 차지해 함 회장의 지분율 16.83%를 뒤로하고 현재도 최대주주로 있다.

일반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선대 회장들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양도해주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를 근거로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경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함 명예회장이 함영준 회장의 경영을 배후 조종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더욱이 함 회장이 취임 첫해부터 제품군 별로 경쟁사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함 명예회장의 경영 참여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는 근거다.

하지만 오뚜기는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오뚜기 홍보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함영준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출석과 의사결정은 연관성이 없으며 실적이 저조한 것은 2009년까지의 성장세가 너무 가파렀던 탓”이라고 강조하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사들의 출석률을 조작하고 있지만 오뚜기는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오뚜기만큼 정직한 기업은 없다”며 마무리 했다.

사외이사들의 외면과 경쟁업체들의 압박의 틈바구니에 끼인 함 회장이 올해는 어떤 결과물을 내보일지 오뚜기 내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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