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지훈 기자
사진=양지훈 기자

최근 증권사 임직원의 자본시장법 위반 내용이 공개됐다. 증권사 임직원이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주식 등을 매매한 사례가 많았다. 증권업계 내부통제 강화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황운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2018년 1월 1일 ~ 2023년 3월 31일, 징계일자 기준) 상위 10개사 임직원 금융투자상품 매매 제한 관련 내부징계내역’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 임직원 가운데 107명은 자본시장법을 어기고 불법 주식거래를 일삼다 적발됐다. 이 가운데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1건에 불과했고, 투자 원금 기준 위반 금액은 1050억원에 달했다.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임직원 100여명을 들여다보면, 증권사 임직원이 가족(부친, 모친, 배우자 등)의 명의를 이용해 자기계산 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계산은 거래상 자기에게 돌아오는 손해나 이익을 본인이 책임지고 계산하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한 증권사 직원은 소속 증권사가 아닌 타 증권사에 가족 명의를 이용해 자기계산으로 매매했다. 증권사는 자체감사를 통해 위반 사례를 적발한 뒤 자본시장법 제63조 등을 근거로 해당 직원을 감봉 조치했다.

내부 징계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5년간 107명이 금융상품 불법 거래를 일삼았다. 이마저도 10개 증권사에서 발생한 건이지, 조사 대상을 국내 증권사 전체로 확대하면 위법 사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 뻔하다.

현장에서 만난 증권사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더라도 특정 직원이 악의적으로 비위를 저지른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직원이 작심하고 가족 명의를 통해 MTS로 주식을 거래한다면 해당 증권사에서도 이를 사전에 봉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직원 개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는 의미이며,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해당 직원의 하소연이 사실상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불완전하고,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라는 고백과 다름없어 보이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 내부통제 체계 강화에 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세한 방안까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내부통제 관련 조직이나 전문 인력을 키워 사전예방 체계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며 적어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내부통제 강화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취지로 증권사‧선물사 내부감사‧준법감시 업무 담당자들과 내부통제 강화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사익추구행위 방지를 위해 장기간 같은 구성원으로 구성된 팀 단위 업무조직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미공개정보 취득 기회가 많은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내부통제 체계 강화 방안에 관한 자세한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내부통제 강화를 목표로 삼고 더 뚜렷한 방안을 설정할 시기다. 황운하 의원이 제시한 의견처럼 재발 방지를 위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대형 증권사에 국한된 조사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업계 전반적인 실태부터 파악해야 심각성을 더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다.

아울러, 징계 수위 강화도 논의해야 할 때다. 업계에서는 징계 내용이 공개될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 수위’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이번에도 금융투자상품 매매 제한 위반자 중 다수는 내부 징계로 견책, 감봉, 정직 등을 받는 데 그쳤다. 증권사 자체 조사 결과 내부통제 위반이 의심되는 직원에게 해명 기회는 확실하게 주되, 비위 정황이 뚜렷한 직원을 대상으로 징계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덕적 해이’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최소화할 노력은 해야 고객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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