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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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내려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종가 기준으로 8월부터 줄곧 1300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특히, 고환율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와 실적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출 중소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 더구나 원화 강세를 이끌 원동력이 없어 당분간은 엔화와 위안화의 가치 안정화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 국제유가 상승 속 달러화도 강세…‘이례적 현상’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3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2원 오른 1330원에 마감했다. 연초(1월 2일 종가 1273원) 대비 57원 상승했으며, 연중 환율 ‘상저하고’를 전망하던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이 무색하다.

국제유가 상승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2.06달러를 기록해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상적으로 달러화는 유가와 역(逆)관계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상승세 속에서 달러화도 강세를 보이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원유 수급 상황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초과수요 상태가 5월부터 이어지고 있다”며 “원유 초과수요 상황에서 사우디 감산과 러시아 수출 축소 소식은 유가 강세를 강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를 수입하는 유럽과 일본 경제는 주요 산유국인 미국보다 유가 강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유럽과 일본 경제서프라이즈지수(CESI)는 미국보다 부진한 상황이다. 결국, 유가 강세가 달러 강세의 지지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기업에서 판단하는 ‘적정 환율’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4~29일 수출 중소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영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이 영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적정 환율은 ▲1달러(미국 달러) 기준 1262원 ▲100엔 기준 973원 ▲1유로 기준 1371원이었다. 달러화 기준 적정 환율은 이달 13일 종가(1330원)와 약 68원 차이를 보였다.

고환율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 ▲영업이익 감소 ▲거래처의 단가 인하 요구 ▲물류비 부담 증가 등이 거론됐다.

◆ 한국, 주요국 중 변동성 ‘사실상 최악’

환율 변동성 리스크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외환시장이 구조적으로 취약해 환율이 쉽게 요동친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의 전일 대비 변동률은 각각 0.54%, 0.43%였다. 1분기와 2분기 모두 7개 주요 선진국(G7)과 아시아 9개 신흥국을 통틀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G7 국가의 평균값인 0.45%(1분기)와 0.35%(2분기)를 각각 웃돌았다.

변동성 리스크에서 선진국보다 양호한 수준을 보인 아시아 신흥국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신흥국의 평균 환율 변동성은 0.32%(1분기), 0.23%(2분기)였다.

1위는 전 세계 주요국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통화정책 디커플링을 강행하며 완화적 기조를 유지했던 일본(1분기 0.58%, 2분기 0.45%)이었다. 다만, 일본이 특수 정책을 전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환율 리스크는 주요국 가운데 사실상 최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의원은 “우리 외환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환율 변동성에 반영된 것”이라며 “고강도 긴축 속에서 홀로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한 일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은 사실상 환율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를 이끌 호재가 없으므로 당분간 엔화와 위안화의 흐름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원화 강세를 견인할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엔화와 위안화 흐름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폭을 결정할 것”이라며 “정부의 시장 개입이 이어지겠지만, 상승 폭을 조절하는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으려면 엔화와 위안화 가치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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