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과거처럼 금리가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최근 증가하는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경계했다.

최근 주택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이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재차 선을 그으며, 오히려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4일 오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3.50%로 동결했다. 이는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 결정으로, 지난 2월부터 동결된 기준금리는 4월과 5월, 7월에 이어 이번까지 총 다섯 차례 연속 동결됐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에 있고, 줄어들던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는 등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사태로 대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미국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하 FOMC)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가계부채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재는 “잭슨홀 미팅이나 다음 달 FOMC 회의에서 미국의 금리 정책이 어떻게 되는지, 미국의 금융정책이 어느 정도 오래갈지 등에 따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에 따라 물가 변동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확대될지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금리 인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특히, 주택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금리가 앞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섞여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데 대해 우려했다. 그중에서도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에서 이같은 기대감에 대출을 늘리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지난 십여년간 금리가 굉장히 낮았고, 젊은 세대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또 다시 그런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는 예상에서 집을 샀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며 “돈을 빌려서 집을 샀을 경우 생기는 금융비용 등이 한동안 지난 10년처럼 거의 0%,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는 “가계부채 정책은 한국은행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정부 당국과 같이 미시적 정책을 점검하고 조정하면서 점진적으로 가계부채를 낮춰가자는데 정책당국과 한국은행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미시적 정책을 통해서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해보고, 더 크게 증가하거나 시장의 반응이 부족하다면 좀 더 거시적인 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총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정책당국과의 정책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 수준에서 101% 정도까지 내려왔는데, 그것이 100% 밑으로 가고, 점진적으로 8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한국은행 총재로 부임하면서 취임사에서 장기적 목표 중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가계부채 상황을 연착륙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면서 “가계부채를 연착륙 시키는 것이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도 생각한다.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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