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영범 기자
사진=심영범 기자

대한민국의 택배시스템은 가히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문하면 불과 몇시간 만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한 국가는 드물다. 전국 곳곳의 물류창고와 체계적인 시스템, 그리고 택배 노동자들이 묵묵히 흘리는 땀방울로 소비자들은 편하게 주문한 물건을 받는다.

최강의 택배 시스템을 갖췄지만 이면에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라는 가슴 아픈 이슈도 제기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택배 물량은 폭발적으로 쏟아졌고 당해 20명이 넘는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여기에 분류작업 이슈도 도마 위에 올랐다. 택배 물량의 증가로 인해 평균 1시간이 걸렸던 분류 작업은 4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거센 노동강도로 피로를 호소하는 택배 노동자들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한국통합물류회는 2020년부터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을 보장하는 의미로 2020년부터 ‘택배 없는 날’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광복절을 앞둔 8월 13일이나 14일을 휴무일로 지정해왔다.

택배노조의 제안으로 그해 7월 진보정당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마련했다. 이후 정부와 2021년 두 차례의 사회적 합의를 가졌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본청과 택배 노조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의 택배비 인상에 따른 임금 수수료 인상 등, 기업고객 대상 택배비 인상 등의 요구와 본청의 대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택배노조는 지난 2021년 네 차례 파업에 이어 지난해 2월 CJ대한통운 본사 건물을 점거하며 강경 투쟁에 나선 바 있다.

통상적으로 택배업계의 대목은 명절 전·후이다. 보통 2~3일정도 소요되는 배송기간이 명절기간에는 최대 5~7일까지 소요된다. 이는 명절 관련 택배 등이 명절 전에 도착하지 않고 명절 후에도 계속해서 배송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2020년부터 명절 대목에는 택배노조의 파업이 연례 행사처럼 이어졌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왔다. 온라인 쇼핑몰 등의 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올해 설 연휴에서도 택배노조는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택배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양측의 앙금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5월에는 용인 쿠팡로지스틱스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창립대회가 끝난 뒤 5월 24일 오후 9시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쿠팡 물류창고인 배송3캠프 입구에서 진입을 시도하다 입구를 막아선 CLS 직원들과 폭행 및 충돌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 시즌으로 접어들고 본청의 분류인력 투입, 물류자동화, 택배 노동자들의 정기 건강 검진, 심야배송 중단 등을 통해 처우 개선에 나서고 있다.

택배를 받아보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송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하루 이틀정도 지연되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다. 특히 명절 같은 대목에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고충이 더 많아질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더 이상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명절 전 파업 그리고 본청간의 대립은 서로가 윈윈할 수 없다. 소비자의 피해를 고려하면 서로 내가 옳다는 주장만 펼친다면 갈등의 골은 쉽사리 사그라들기 어렵다.

한가위가 어느덧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설에 이어 이번에도 택배노조의 파업이 이어져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지 않을까 약간은 우려가 된다. 물론 대부분의 택배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묵묵히 현장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분서주하며 한시라도 빨리 물품 배송을 위해 힘쓰고 있다. 택배노조의 명절 파업이 사라짐은 물론 평소에도 본청과의 원만한 관계유지와 소통을 통해 세계 최강 택배시스템이 빛을 바래지 않길 바란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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