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제·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또 한 번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동결 결정이 나오면 올해 2월 동결 이후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3.5%에 묶는 것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고,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의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지만,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중국발 부동산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결정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부실이나 가계의 상환부담 증가 등도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4일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2월과 4월, 5월, 7월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하반기 중국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 등 경기 활성화 기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楏園)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졌고, 또 다른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恒大)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내는 등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투자금을 빼기 시작하면서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사태들이 중국 경기 둔화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미풍에 그칠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현재 상태로 중국 경제에 대단히 심각하고, 우리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이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는 중국에 대한 노출의 정도가 미미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이 워낙 규모가 커, 중국 상황은 늘 긴장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PF 부실과 몇 개월 사이 다시 늘기 시작한 가계부채도 기준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부동산 PF 연체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또 오르게 되면 부동산 PF 비중이 큰 저축은행, 증권사 등의 원금 회수가 더욱 어려워져 자칫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빠르게 인상된 기준금리의 영향으로 차주의 상환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이들의 부담을 더욱 키우는 일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7809억원으로, 전분기 1853조2563억원보다 9조5246억원 늘었다.

다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0%p로 벌어졌고,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1월(1351.80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인 1342.60원(지난 21일 종가 기준)까지 오른 만큼 한은의 셈법은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에 대한 지적에 한은은 이를 기계적으로 따라가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무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환율은 이자율 격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외국인 투자금의 유출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금은 10억4000만달러(주식자금 4억4000만달러, 채권자금 6억달러) 순유입됐다.

하지만 순유입 규모는 계속 줄고 있다. 지난 5월 114억3000만달러였던 외국인 투자금 순유입 규모는 6월 29억2000만달러, 7월 10만4000만달러 등으로 감소했다. 미국이 9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에서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게 되면 외국인 투자금 유출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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