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연임하지 않고 퇴진하기로 함에 따라 주요 금융그룹 수장의 거취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KB금융그룹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6일 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며 이번 임기를 끝으로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2014년 11월 취임 이후 만 9년 동안 KB금융그룹을 이끌어 온 윤 회장은 오는 11월 20일까지인 이번 임기를 끝으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2014년 취임 당시 1조4000억원이었던 그룹의 순이익을 지난해 4조1217억원으로 끌어올렸고,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2조99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는 등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이 KB금융그룹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기 때문에 4연임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윤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주요금융그룹 수장의 거취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금융그룹 회장들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관련 발언 이후 모두 ‘교체’되는 등 금융그룹 수장의 ‘장기집권’을 용인하지 않는 기조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29일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진행과 관련해 “KB금융그룹 회장 승계가 업계 모범을 쌓는 절차가 될 수 있으면 한다”며 “평가 기준과 후보자 선정 등이 공평한 기회를 지공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에는 “KB가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있었던 여러 가지 지배구조 이슈 이후 첫 이벤트인 만큼 선도적인 선례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퇴진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도 있었다.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건의한 중징계(문책경고)를 원안대로 승인했는데, 이에 대한 손 전 회장의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원장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징계 수용을 압박했다.

금감원의 징계 건의 1년 7개월여만에 금융위가 최종 결정을 내놓은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갑작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임기 종료를 앞둔 손 전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이 건을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 건이 가벼운 사건이라던가 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위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외압 의혹에 선을 그었지만, 업계의 해석은 바뀌지 않았다. 올해 1월 손 전 회장은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며 용퇴를 결정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용퇴 결정도 이와 비슷하다.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최종 무죄 판결로 3연임이 유력했던 그였지만,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과 세대교체 등을 이유로 들어 지난해 12월 용퇴를 결정했다. 조 전 회장의 용퇴 결정에 이 원장은 “본인의 성과에 대한 공과 소비자 보호 실패에 대한 과에 대한 자평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거취를 양보해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스럽다”고 치켜세웠다.

손병환 전 NH농협금융그룹 회장도 취임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시현하는 등 우수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석준 현 회장으로 교체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는 과거 발생한 각종 금융사고 등 문제의 원인이 폐쇄적인 지배구조에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특히, 회장 한 명이 임기를 오랫동안 이어가면서 이사회가 측근 중심으로 구성돼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 안 되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금융당국은 은행지주 및 은행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은행권 등과 공동 TF를 구성하고, 이사회 구성 및 운영, 최고경영진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사외이사 지원체계, 사외이사 평가체계,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TF는 올해 하반기 중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