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영범 기자
사진=심영범 기자

“우리 사람은 되지 못해도 괴물은 되지 말자”

2002년 개봉했던 김상경, 추상미 주연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나온 대사다. 최근 이 대사를 상기시킨 사건이 떠올랐다. 바로 지난 6월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사망한 카트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막말을 퍼부은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이사다.

고인 A씨는 마트 주차장에서 폭염을 온몸으로 맞으며 하루에 많게는 4만3000보, 약 26킬로미터의 거리를 걸으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제대로 된 안전지침은 고사하고 근무자들을 위한 휴식공간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

과중한 업무에 결국 A씨는 지난 6월 19일 숨졌다. 하지만 사건 이후 코스트코의 대응은 실망이라는 단어도 부족하다.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는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직원들에게 “'병 있지, 병 있지. 병 있는데 숨기고 입사했지”라는 천인공노할 막말을 퍼부었다.

생떼같은 자식을 잃은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고인 A씨의 49재도 지나갔지만 현재까지 코스트코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언론에 알려진 모습은 고인과 유족에 대한 진정한 사죄가 아닌 책임회피와 협박의 모습이라고 무방하다.

고인이 입사할 당시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병사로 몰아가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여기에 유족이 산재 신청을 위한 CCTV 영상을 요청했으나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고인 A씨의 아버지에 따르면 사건 이후 해당 마트의 직원 2명이 노동청 조사 때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변호사가 대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직원들이 정확한 진술을 못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사측에서 임의로 직원 이름을 기재하고 선임계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연 매출 5조원이 넘는 기업이다. 최근 5년간 가져간 로열티와 배당금만 7000억원이 넘는다. 값비싼 회원권을 소지한 소비자만 코스트코를 이용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이 넘는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회원 갱신율도 약 90%에 달한다.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성공하고 있으나 오로지 돈에만 매몰돼 있는 작금의 모습을 보면 실망을 금하기 어렵다.

설령 고인이 질병이 있었다고 해도 조민수 대표의 장례식장에서의 발언은 실언을 넘어 망언에 가깝다.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하겠다는 교과서적인 답변조차 아까워하는 모습에 짐승, 괴물 이런 단어도 아까워질 지경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다보면 일꾼의 중요성을 느낀다. 묵묵히 일꾼이 자원을 수급하고 유사시에는 전투에도 동원되며 궂은 일을 해내며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노동자들이 없다면 코스트코의 막대한 매출도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늦었지만 코스트코는 지금이라도 고인의 유족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더불어 열악한 현장 개선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폭염 못지 않은 노동자들의 뜨거운 울분과 그리고 소비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50일 이상 이어지고 있다.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해 본인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적당히 떼우려는 생각을 지금이라도 관두길 바란다. 해답은 이미 코스트코, 유족, 소비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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