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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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의 연회비가 지난해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 연회비를 배 이상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자, 구매력이 좋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카드 출시를 늘린 때문이다.

반면,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위 ‘혜자카드’들은 빠르게 단종되면서 일반 고객들을 위한 혜택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주요 카드사들의 실적이 감소한 만큼 앞으로 이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출시 신용카드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 59개의 연회비 평균은 8만3453원으로, 지난해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 76개의 연회비 평균 3만8171원 대비 119% 올랐다.

이는 지난해보다 카드사들의 프리미엄카드 출시가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카드사들의 연회비 수익은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BC)의 연회비 수익은 31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새로 출시된 신용카드 중 연회비가 10만원 이상인 카드는 지난해 7종, 올해 상반기 10종이었다. 지난해 출시된 프리미엄 카드의 연회비가 10만~50만원이었다면 올해 상반기 출시된 프리미엄 카드의 연회비는 주로 20만원대로 시작해서 80만원대까지 분포했다.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카드 중 연회비가 가장 높은 카드는 현대카드의 ‘더 레드 스트라이프’로, 연회비는 50만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KB국민카드의 ‘헤리티지 리저브’가 연회비 8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카드 출시를 늘리는 것은 우대 수수료율 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의 96%에 달하는 상황에서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드로는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본업에서는 소위 ‘원가도 안 나오는’ 상황이 계속되자,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카드를 통해 수익성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실적은 악화했다. 올해 상반기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316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23.2% 감소했고, KB국민카드도 1929억원으로, 같은 기간 21.5% 줄었다. 삼성카드는 8.0% 감소한 2906억원이었고, 하나카드(726억원)와 우리카드(819억원) 역시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각각 23.7%, 38.7% 감소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카드 결제 건수가 증가했음에도 실적이 감소한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한다. 여신금융협회(이하 여신협)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개인카드 승인액은 237조7000억원, 승인 건수는 66억7000만건으로, 작년 2분기보다 각각 5.1%, 7.1% 늘었다.

가뜩이나 카드 본업에서 수익이 안 나는데, 조달비용이 늘어난 것도 카드사 실적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카드사들은 은행처럼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지난 3일 기준 카드채(무보증, AA+) 3년물 금리는 4.428%로, 지난해 초 2%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때문에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많은 혜택을 주는 소위 ‘혜자카드’는 빠르게 단종됐다. 여신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종된 카드는 159개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카드사는 수익성 악화, 비용절감 등의 이슈가 맞물리면서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 출시 및 리뉴얼이 당분간은 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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