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영범 기자
사진=심영범 기자

지나친 엑셀 밟기로 공든탑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의 야심작 ‘파이브가이즈’가 오는 10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2호점을 낸다는 소식을 접하고 든 생각이다.

지난달 26일 오픈한 파이브가이즈 강남에서는 일주일 만에 약 1만5000개의 햄버거가 팔렸다. 일 평균으로 계산하면 2000개가 넘는 수치다. 해당 매장의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소비자들의 오픈런이 이어지기도 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파이브가이즈 햄버거를 판매한다는 글까지 올라오는 희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대 25만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햄버거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도 햄버거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었다.

1호점 오픈이 채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폭발적인 인기는 고무적이지만 가격 논란이 일고있다.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는 론칭 간담회에서 “국내 가격이 미국의 가격보다 13% 저렴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일부 매장보다 강남 1호점의 가격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사측의 주장에 반박하는 주장도 일었다.

이후 에프지코리아는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세금과 인건비가 상이하고 모든 매장의 제품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미국 파이브가이즈는 가맹점이 다수이므로 ‘가격 자율권’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야심차게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의 문을 열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사업을 접은 사례도 있다.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 강남역에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즐겨 먹어 ‘오바마 버거’로 불리는 ‘굿스터프이터리’를 들여왔다가 5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신세계푸드가 2011년 내놓은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자니로켓도 지난해 사업을 정리했다. 직영점 8개, 가맹점 2개를 운영했지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포화 상태인 프리미엄 버거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도 과제다. 2016년 론칭한 SPC 쉑쉑버거, bhc의 슈퍼두퍼, 그리고 고든램지 버거 등 만만치 않은 강자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험난한 승부가 예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 본부장은 자신감이 넘친다. 지난달 22일 파이브가이즈 강남점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먹어보면 알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픈한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파이브가이즈 1호점의 초반의 인기에 지나친 자신감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하반기에 스페인 흑돼지 이베리코를 활용한 제품 출시도 계획 중인 상황에서 10월에 파이브가이즈 2호점 출점 선언이 급한 ‘노젓기’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파이브가이즈는 김동선 전략본부장이 공들인 ‘공든탑’이다. 미국 현지의 조리법부터 서비스까지 오리지널리티를 이식했다. 김 전략본부장의 역량 증명을 위한 첫 관문인 만큼 사업 초기에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탑은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기는 쉽다. 파이브가이즈의 가격 논란과 시퍼렇게 눈을 뜨고 주시하는 경쟁업체들의 따가운 시선 그리고 김 본부장이 진행할 그 외의 사업을 고려하면 숨고르기도 필요해 보인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여러모로 힘든 시점에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있는 김동선 전략본부장의 힘찬 노젓기가 원하는 성과로 다가올지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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