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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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반면, 이달 25~26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하 FOMC)에서는 25bp(0.25%p) 인상이 유력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미 금리차는 사상 최초로 2%p로 벌어진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는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를 키운다.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투입된 외국인 자본이 유출돼 국내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더라도 국내 증시가 우려하는 만큼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며, 원‧환율 상승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4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오는 8월 이후에는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돼 주요국의 통화정책, 가계부채 흐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추가 인상 필요성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관해서는 “금통위원 가운데 금리 인하를 논한 위원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 외국인 자본 유출 부담…증시 영향은 얼마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7월 미국 FOMC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미국 기준금리가 0.25%p 상승해 5.25~5.5%가 된다면 한미 금리차는 2%p로 벌어진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 압력 가중 등을 우려하고 있다. 투자자금이 금리가 높은 쪽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으면 투자자들이 한국에 있는 자금을 빼 미국으로 옮기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화 수요 증가와 원화 수요가 줄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본 유출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외금리차 역전으로 자본 유출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은 자본 유출로 인해 주가 등 자산 가격 하락과 환율 상승(자국 통화의 약세)이 나타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에 국한된 문제라 할 수 없으며,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자금 유출입의 경우도 외환시장 수급에 마찬가지의 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같이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이어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는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반영해 내외금리차 역전 시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거주자의 국내증권 투자 유출입의 경우는 주식과 채권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으나, 내외금리차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내외금리차가 역전되면 자본 유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통상적인 우려가 실제에 있어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자와 거주자 해외증권 투자의 경우 모두 자본 유출입은 내외금리차보다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선호 변화나 글로벌 유동성, 그리고 국별 경제펀더멘털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 한미 금리 역전, 환율 악영향 ‘뚜렷’…“안심 불가”

지난해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을 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금리가 역전됐던 과거에도 자본시장 전반적으로는 순유출보다 순유입이 더 많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본 순유출 여부를 떠나 과거 금리 역전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 이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가볍게 여길 이슈는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금리 역전 시기는 ▲1999년 6월 ~ 2001년 3월 ▲2005년 8월 ~ 2007년 9월 ▲2018년 3월 ~ 2020년 2월 등 3번 있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번의 시기 가운데 두 번은 환율이 급등했다. 2018년 3월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시기인 2020년 2월까지의 원‧달러 환율은 1070원대에서 1200원대까지 급등했다. 당시 한국은 수출 여건 악화와 소비 둔화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고, 미국은 경기가 좋은 시기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한국이 무역수지 적자 행진을 거듭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미 금리차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금도 절대 안심할 시기는 아니다.

외자 조달 비용 상승에 유의해야 한다는 충고도 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큰 폭의 금리차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경제주체들의 외자 조달 비용과 행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과거 원화의 고금리 시절에는 저리 외자를 조달해 우리 경제주체들의 자본 조달 비용을 전반적으로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으나, 원화 금리보다 미국 달러화 금리 수준이 더 높은 현 상황에서는 달러 표시 해외채권 발행이나 해외은행 차입금 등을 통한 외자 조달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주체들은 내외금리차 역전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본 유출에 관해 막연하게 우려하기보다는 외자 조달 비용 상승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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