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잇따라 전기차 공개·예약판매 개시
보조금 수령여부에 따라 최대 600만원 할인가능
美 IRA 최대 1000만원 세액공제...미국산만 可
업계관계자 “고래싸움 새우 등터지는 심정”토로

작년 10월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 엔마켓 아레나에서 열린 현대차 커뮤니티 행사장 풍경. 관람객들이 전시된 차량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작년 10월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 엔마켓 아레나에서 열린 현대차 커뮤니티 행사장 풍경. 관람객들이 전시된 차량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기아자동차가 잇따라 전기차를 출시·공개하며 보조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보조금 수령 여부에 따라 최대 600만원이 넘는 금액을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가 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전기차 보조금 안이 주된 화두였을 만큼 이들 업체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2일 현대자동차는 N서울타워에서 ‘아이오닉 5  N’ 사전공개 미디어 행사를 열었다. 아이오닉 5 N은 84.0킬로와트시(kWh)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로 최고속도 260km를 낼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출시됐던 국산차 중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다.

지난 5월에는 기아자동차가 전기차 ‘더 기아 EV9’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EV9에는 전기차 중 가장 대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1회 완충 시 501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는 기아 전기차 품목 중 가장 긴 충전 주행거리다.

아이오닉 5 N 공개 행사에 참석한 현대차 관계자는 “가격은 현재 미정이지만 국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선에서 책정할 계획이다”고 발언했다. 현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한가격은 8500만원이다. 이보다 높은 가격의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보조금을 수령 할 수 없다.

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은 차종·가격마다 다 다르다. 전기차 가격이 5700만원 미만일 경우 해당 차종에 책정된 금액의 100%를 받을 수 있고 5700~8500만원일 경우 책정된 금액의 50%를 수령할 수 있다.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가격’이다. 기아 EV6 롱레인지 가격은 라이트 기준 최소 5260만원이다. 지난 3일 출시된 기아 스포티지 2023 가격이 최대 3838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1400만원이 넘게 비싸다. 현대차 아이오닉 6 가격도 E-LITE 기준 최소 5260만원이다. 지난 5월 출시된 쏘나타 디 엣지 가격이 최대 3917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1300만원이 넘게 비싸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조금 수령 여부에 따라 구매 차량의 등급을 더 낮추려는 고객도 있을 것”이라며 “통계적으로 명확하게 나타낼 수는 없지만 구매과정에서 타협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전기차 수출 시 해당 국가의 보조금 지급 여부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보도가 아직도 쏟아져 나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국 최대 자동차 축제인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최초로 공개된 현대차 아이오닉 5 N. 사진=현대자동차
영국 최대 자동차 축제인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최초로 공개된 현대차 아이오닉 5 N. 사진=현대자동차

IRA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안을 담고있는 법안이다. 기존 가격보다 최대 1000만원 싸게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어 현대·기아차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IRA 실시는 반갑지 않다. 공제를 받으려면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설비 확충과 공정·인프라 확대가 필수적인데다 천문학적인 돈이 투자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제에서 제외되면 해외 업체와의 가격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실제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최종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22종 중 현대·기아차는 없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 업체는 미국 생산 설비 확충을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12일 2억달러 이상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 설비를 개조해 내년 2분기부터 전기차 EV9 생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10월에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IRA 후속 대응을 위해 전용기를 타고 미국 출장에 나섰다. 표면상으로는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착공식 참석을 위한 행보로 보였지만 해당 행사에는 알리 자이디 백악관 기후보좌관도 참석했다. 이들이 별도로 회담을 갖고 전기차 세제혜택 방안을 논의했다는 분석이 다수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중요한 것은 맞다”면서 “미국도 정권교체 여부에 따라 정책이 들쑥날쑥해 저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심정”이라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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