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영범 기자
사진=심영범 기자

다소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 한샘이 김유진 신임대표를 선임한 이후 문득 든 생각이다.

한샘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인테리아 시장이 한풀 꺾이며 지난해 지난해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0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첫 적자여서 충격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도 157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지난해 1월 부임한 김진태 대표는 한샘몰 멤버십을 리뉴얼하고 한샘디자인파크 송파점, 하남점, 고양스타필드점 등의 리뉴얼을 통해 실적 개선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실제로 개편 이후 한샘몰의 신규가입자가 월평균 42% 증가하고 리뉴얼 매장도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구체적인 기조를 가지고 실적 개선을 노리는 상황에서 남은 6개월의 임기 기간을 기다리지 않고 새 신임 대표를 선임한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가구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고 2분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어쩌면 한샘에게 필요한 것은 대표의 교체가 아닌 ‘시간’과 ‘믿음’일 수도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히딩크를 떠올려보자. 히딩크는 부임 후 약팀들과의 경기를 통해 승리를 거둬 사기를 올리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축구 강국들과의 대결에서 연달아 5대0으로 패하면서 ‘오대영’이라는 별명과 수없는 비난, 그리고 월드컵을 몇 개월 남지 않은 시점에서도 체력강화 훈련에만 치중하고 평가전에서의 신통치 않은 결과로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히딩크는 이같은 비난에도 개의치 않고 본인의 방식으로 꾸준히 밀고 나갔으며 쏟아지는 경질 여론에도 축구협회는 히딩크를 믿었다. 그 결과 한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4위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뒀다.

물론 축구와 경영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여전히 허덕이고 있는 업계의 상황과 다양한 방식으로 실적 개선을 위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김 대표의 움직임이 멈추게 된 것은 어느정도 아쉬움이 남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한샘 입장에서는 김진태 대표가 이끌어온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면 어느정도 성과를 내야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상장 이후 첫 적자라는 충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컸을거라고 본다.

신임 대표로 선임된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본부장이 탁월한 경영수완을 바탕으로 한샘 실적 개선에 혁혁한 공을 세울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기는 ‘난세’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나 이 시기에 슈퍼맨같은 퍼포먼스를 실현할 리더를 구하는 건 쉽지 않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유진 신임 대표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2년이 채 안되는 임기 기간에 해야할 일이 무척 많아 보인다.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믿음과 신뢰는 중요하다. 침체된 업계 상황에서 반전의 카드를 꺼내든 한샘의 승부수가 무리수 혹은 악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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