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네 차례 연속 동결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다소 더디기는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 경로로 움직이고 있고, 수출이 9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25~26일(현지시각)에 열릴 예정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국간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00%p로 벌어지는 것은 부담이다. 또한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고 있기도 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일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를 기록,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한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2%인데, 앞서 한은은 석유류 가격 하락으로 6~7월 물가 상승률이 2%대가 될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고, 이후 석유류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연말 3%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부진과 경상수지 적자 누적 등 경기 둔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에 힘을 싣는다. 5월 경상수지는 19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올해 누적으로는 34억4000만달러 적자 상태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2억5000만달러 줄었다.

수출은 9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7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도 132억6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했다.

아울러, 9월 말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와 최근 금융권 전반으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점도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7월 FOMC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p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2.00%p로 더 벌어지게 된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는 역대 가장 큰 격차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 상승, 이것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이다.

6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5월 대비 5조9000억원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는 잔액 기준 사상 최대 규모고, 증가폭은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올해 3월까지 감소를 지속했던 가계대출 규모가 다시 커지게 된 것은 주담대가 늘었기 때문이다. 6월 은행 주담대는 주택구입 관련 자금수요 확대, 입주물량 증가, 전세자금대출 증가 전환 등으로 7조원 늘었다. 이는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4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아울러,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 인상과 10월부터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다는 점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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