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00%p로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고, 수출 둔화 등 경기 부진 등을 고려할 때 오는 13일 한국은행(이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미국은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고, 노동시장은 매우 타이트하기 때문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이 공개한 6월 FOMC 회의록에서 회의 참가자 대부분은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이번 달 연준의 금리 0.25%p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금통위가 언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FOMC 회의에서 회의 참가자들은 금리 동결에 만장일치로 찬성했지만, 동시에 일부에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연준은 지난 6일 공개한 6월 FOMC 회의록에서 “거의 모든 참석자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5.00~5.25%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거나 수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일부 참석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25bp(1bp=0.01%p) 상향하는 것에 찬성하거나 지지할 수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매우 타이트하고,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돌아오는 경로에 있다는 신호가 없기 때문에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록은 또 모든 회의 참석자들은 올해 금리 추가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미 정책금리가 5%를 넘은 상황에서도 통화긴축 기조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과 공개된 회의록 내용이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이번 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참여자의 89.9%는 연준이 7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결 가능성은 10.1%에 불과했다.

이에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인 1.75%p 인데,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이는 2.00%p까지 벌어진다.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되면 외국인 투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국내를 떠나게 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과 함께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되면 지난 2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시장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것은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다소 더디기는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하고,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하면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무역수지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수출은 여전히 감소세를 면하지 못하는 등 경기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무역수지는 자동차 수출 호조 등으로 11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16개월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수출은 9개월 연속 감소했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시장의 해석은 이전과 다를 수 있다. 금리 인상을 잠시 멈췄던 연준이 다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 전 시장은 한은이 완화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했지만, 현재는 연준의 긴축 우려로 한은이 추가 한 차례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며 “연준의 추가 한 차례 인상까지는 한은이 대응하지 않겠지만, 만약 연준이 추가 두 차례 인상을 단행하면 한은도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는 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1회 추가 인상이 열려 있음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해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지난번 통화정책방향 결정할 때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한 번은 확실하다고 했었고, 두 번은 새로운 것”이라면서 “연속으로 올릴지, 그 사이에 어떤 패턴을 보일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임 연구원은 “한은이 대응하는 것은 환율의 변동성인데, 원화의 약세 요인인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했고, 연준이 추가 인상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동결을 오랜기간 유지하려고 하는 점도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한은의 가정보다 국내 물가 여건을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고, 전기요금 동결과 라면값 등 식료품 인하 시행은 5월 경제전망 물가 전망치에는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라면서 “한은의 물가 경로를 하회한다면 굳이 금통위가 경기와 PF 부담을 지고 미국을 따라 인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