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지한 기자
사진=한지한 기자

“이게 단순히 과외수업이 아닌 미술치료 개념인거잖아요. 그렇기에 저의 급여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거 같은데…괜찮으시겠어요?”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배우 박소담 役)이 연교(배우 조여정 役)에게 자녀 다송(배우 정현준 役)의 미술치료(?)에 대해 설명하는 대사다. 이후 기정은 동익(배우 이선균 役)의 집에 미술 과외선생으로 취직하게 된다.

최근 이러한 미술심리 상담 등을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대한아동병원협회를 비롯한 대한소아청소년과행동발달증진학회·한국뇌전증협회·한국아동놀이치료심리상담협의회·아기키우기좋은나라만들기운동본부 등 소아 청소년 발달지연 및 장애 치료전문가 단체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현대해상의 운영 행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현대해상이 특수교사와 행동교사(ABA), 언어재활사 등 아동 상담 전문가들이 행한 놀이치료 등을 실손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아동 치료기회 박탈과 아동 전문가들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아동심리 상담사들은 영화에서 나오는 기정과는 다르다. 기정은 사기꾼이고, 그들은 전문가이니 말이다. 다만, 이들과 기정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또한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사항 외 의료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인’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또한 의료기사법은 의료기사 등이 아니면 의료기사 등의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의료기사 등이 아니면 이와 관련됐거나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의료기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가 이에 해당하고, 이들 역시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동 상담 전문가들은 민간 법인 혹은 단체로부터 일정한 절차를 거쳐 자격증을 취득,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사람이다. 또한 자격기본법은 국민의 생명·건강·안전 및 국방에 직결되는 분야에 대해 민간자격의 신설 및 관리·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종합하면 민간자격자인 아동 상담 전문가들은 의료법, 의료기사법, 지격기본법에 따라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행위는 의료행위가 아닌 것이다. 이들이 홍보를 위해 놀이치료사, 인지행동치료사, 미술심리치료사 등 의학적인 개념인 ‘치료’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된 민간자격 중 ‘치료’라는 단어를 쓰는 자격명은 없다.

따라서 실손보험에서 이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실손보험은 질병 혹은 상해 ‘치료’, 즉 의사나 의료기사의 의료행위에 대해 발생한 의료비를 보장해해주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치료단체는 민간자격자들의 역할을 인정하는 내용을 약관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민각자격자들의 상담을 의료행위로 봐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학원비를 실손보험으로 보장해달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에서만 1조53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일부 병의원의 과잉진료와 보험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전년보다 절반가량 감소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규모다. 이러한 손해는 실손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누가 우리의 보험료를 올리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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