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영범 기자
사진=심영범 기자

“가격 내렸다고는 하지만 소폭이고 그동안 기업들이 인상한 거 생각하면 체감이 되지 않아요”

한 지인이 주요 식품업체의 과자값 인하를 두고 한 말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에 라면에 이어 과자값 인하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 부총리는 지난 18일 라면값과 관련해 “지난해 9~10월 기업들이 제품 인상을 단행했다.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내렸다”며 기업들의 가격 인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약속이라도 한 듯 3분기가 시작되는 7월부터 롯데웰푸드, 해태제과가 지난 28일 제품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9년만에 일부 제품을 인상한 오리온은 향후 원부자재 가격 등이 안정화되면 제품 양을 늘리거나 가격을 인하할 방침이다.

앞서 라면업계에서는 농심과 삼양식품이 일부 제품 가격을 내린다고 공지한 바 있다. 특히 농심 신라면은 2010년 이후 13년만에 가격 인하라는 용단을 내렸다. 팔도와 오뚜기도 28일 제품 가격 인하를 공지했으며 SPC도 같은날 식빵을 비롯해 총 30종 제품의 가격을 평균 5% 내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올해 초 대다수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불과 반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의 압력에 소폭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몇백원 많게는 천원까지 올렸다가 50원, 100원 내리는게 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우려와 더불어 또 한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바로 과자 업체의 꼼수 대응이다.

과거 몇몇 대학생들은 국산 과자 160여개를 엮어 만든 뗏목으로 한강횡단에 성공해 국산 과자의 과대포장을 비판한 바 있다. 소비자들은 과자량 증량이나 가격 인하를 원한다. 그런데 과자 업체들은 포장을 크게하고 실제 내용물은 줄인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과자보다 질소가 더 많은게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른바 가격 인상 대신 용량을 줄이는 눈속임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실제로 롯데웰푸드는 작년 9월 카스타드 대용량 제품 개수를 12개에서 10개로 줄이고, 꼬깔콘 과자 중량을 72g에서 67g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지속적으로 과거에 비해 과자 제품 포장은 커졌지만 내용물이 점점 부실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번 오른 제품 가격은 좀처럼 인하되지 않는 인식도 팽배해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밀가루 가격의 변동, 그 외에 원재료와 인건비 등의 문제를 감안할 때 주요 유통업계의 가격 인상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은 무리가 있다.

다만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고 느낄 정도로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에 대한 적절한 가격 책정과 더불어 제품의 질 유지라는 측면은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정부의 제품 가격 인하 요구를 떠나 관련 업계에서는 좀더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제품의 용량 혹은 크기가 줄어들면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가격 인하를 발표하자마자 소비자들이 반기기보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식품업계가 힘들게 꺼낸 가격 할인카드가 소비자의 불신에 희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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