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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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5개 종목 집단 하한가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강기혁 씨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강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통해 소액주주운동을 벌였을 뿐이며, 주가조작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는 강 씨가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액주주운동의 본질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 5종목 연초 대비 160~310%↑…“유통주식비율 낮아”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코스피‧코스닥 5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했다.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동일산업 ▲대한방직 ▲만호제강 ▲방림 ▲동일금속 등이다. 4월 24일 ‘8종목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유사 사건이 터진 것이다.

5종목의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160~310%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 하락 직전일인 이달 13일 종가 기준 만호제강은 연초(1월 2일) 대비 315.2% 올랐다. 이외에 ▲방림 242.3% ▲동일금속 169.6% ▲동일산업 281.9% ▲대한방직 168% 등이다.

이달 14일 하한가 종목과 지난 4월 24일 하한가 종목은 공통점이 있다. 유통주식비율이 50% 미만으로 낮다는 것이다. 유통주식수는 회사가 발행한 모든 주식 가운데 최대주주 지분과 자사주를 제외하고 유통이 실제로 가능한 주식 수량을 뜻한다. 주식시장에서는 해당 종목의 유통주식수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수급 대비 주가 탄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이달 16일 기준 5개 종목 유통주식비율은 ▲만호제강 44.05% ▲방림 47.22% ▲동일산업 32.68% ▲동일금속 34.29% ▲대한방직 42.21% 등이다. 4월 집단 하한가 사태에서도 다올투자증권을 제외하고 7종목의 유통은 50% 미만이었다. 이른바 ‘작전 세력’은 유통주식비율이 낮은 종목을 노린다는 추정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강기혁 바른투자연구소장은 이번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씨를 포함해 5명이 202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몇몇 종목을 매수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 주식을 사고팔아 주가를 높이는 통정매매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거래를 유도했다고 간주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강 씨가 수천 번의 시세 조종으로 10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강 씨는 자신의 행동이 시세조종 혐의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씨는 15일 오전 네이버 카페 ‘바른투자연구소’를 통해 “(자신이) 주가조작을 했다는 건 시장의 억측”이라며 하한가를 맞은 5개 종목에 대해서도 주주행동주의를 위한 행동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강 씨는 10년 전부터 소액주주 운동을 벌여왔고,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여왔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승계 비용을 낮추기 위해 불법 매매에 나섰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또한, 오히려 이번 5종목 하한가 사태의 원인은 증권사에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14일 하락은 소위 ‘SG 사태’ 이후 소형주에 대한 무차별적 대출 제한과 만기연장조차 해주지 않는 증권사들의 만행으로 촉발됐다”며 “보유하고 싶어도 팔 수밖에 없게 된 분들의 물량이 수급을 악화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 “소액주주운동, 이번 일로 폄훼되면 안 돼”

강 씨가 소액주주운동 ‘선구자’를 자처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집단 하한가 사태가 건전한 소액주주들이 각자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전개하는 ‘소액주주운동’의 본질을 흐리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간 (다른 곳에서) 진행해왔던 소액주주운동이 폄훼되면 안 된다”며 “올바르고 유익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소액주주운동은 앞으로 더 활발하게 전개돼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한 상태에서 소액주주운동이 활발해져 주주 민주주의가 확립되고, 1주의 가치가 평등한 시대를 맞이하려면 소액주주운동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일의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만큼 가능한 한 빨리 조사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발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4월 24일 8종목 집단 급락 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이상 거래를 꾸준히 모니터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4일 급락한 5종목이 동반 하한가를 낸 것과 관련해 사전에 사실관계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며 “이른 시일 안에 수사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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