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영범 기자
사진=심영범 기자

“소금 미리 사둔거 있으니 걱정말아라” 지난 주말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언제부터 소금 걱정을 하게됐는지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최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며 온오프라인 유통가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최근 며칠간 가까운 대형마트와 동네슈퍼를 몇군데 돌아다녀보니 소금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동네의 한 마트 관계자는 “소금 제품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예전같으면 재고가 발생했지만 현재 사재기 현상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마트인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소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하기도 했다. 수협쇼핑에서도 천일염이 일시적으로 품절됐다.

온라인에 눈을 돌려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소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61% 늘었다. 쓱닷컴에서도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소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배 껑충 뛰었다. 온라인으로 소금을 주문한 소비자들이 물량이 없어 주문이 취소되는 헤프닝도 발생하고 있다.

천일염 물량이 줄어들며 도매상들이 사들이고 있는것도 문제다. 도매가가 오리기 전 사전 매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까지 겹치며 시장이 요동치게 됐다.

어업인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엔데믹 시즌을 맞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기가 다가오며 소비시장이 얼어붙을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외식업계에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음식에 소금은 필수인 만큼 이같은 대란이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올라간 외식물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한데 정부의 조치는 실망을 넘어 절망적인 수준이다.

지난 15일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가공·유통업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송 차관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천일염 방사능 검사를 286회 실시했으며 방사능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4월부터 매달 염전 10곳에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이 역시 방사능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어업 피해와 관련해서도 아직 발생하지 않은 피해에 대한 보상과 복구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오염수 방류를 대비해 수산물과 해수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확대하겠다는 말뿐 구체적인 대응책에는 묵묵부답이다.

정부가 천하태평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사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정부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한 소비자들의 소금 사재기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음식에 소금은 필수 재료다. 실질적인 안전대책 마련과 더불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소금대란을 넘어선 ‘소금재앙’이 닥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과 어업인, 외식업계 종사자들 등의 혼란과 동요를 잠재우기에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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