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양지훈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양지훈 기자

1분기 실적 선방으로 모처럼 만에 기지개를 켰던 증권업계가 몇몇 악재에 다시 움츠러들 조짐을 보인다.

월간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4월 정점을 찍은 뒤 5월 하락세로 돌아섰고, 2분기 채권발행 규모는 1분기보다 줄어들 것이 유력하다. 또한 고금리 기조에서 아킬레스건이 돼버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와 차액결제거래(CFD) 미수채권 이슈에 따른 충당금 적립 이슈가 겹쳐 2분기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 6조9682억원 ▲2월 8조188억원 ▲3월 8조9348억원 ▲4월 12조5905억원 ▲5월 9조1339억원이다. 1월부터 4월까지 이어진 거래대금 증가 행진은 5월 들어 전월보다 3조원 넘게 감소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회사채 발행 규모도 2분기 들어 줄어들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회사채 전체 발행액은 30조9000억원으로 이는 역사적 최고치였다”면서도 “2분기 들어 총발행액은 20조9000억원이다. 이달 14일까지만 반영한 수치지만, 산술적으로 1분기 수치를 경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 외에도 증권사들의 발목을 잡는 요소는 더 있다. 지난 4월 8종목 집단 하한가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CFD의 미수채권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CFD 사업을 영위한 국내 증권사는 13곳이며, 지난달 4일 기준 13개 증권사의 CFD 매수채권 추정 금액은 총 252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FD 투자자가 손실을 정산하지 못해 미수채권이 발생하면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에서 회수 부담을 떠안는다.

아울러, 금리 상승에 따른 부동산 PF도 증권사 2분기 실적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많은 증권사가 수년간 부동산 PF 사업을 앞세워 기업금융(IB) 부문 덩치를 키워왔는데, 지난해부터는 고금리 기조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 말 10.4%로 급등했다.

물론, 금융당국도 금융회사의 부동산 PF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 대응하고 있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제2금융권 연체율 관리를 당부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 사업장의 정상화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PF 정상화를 유도하는 ‘대주단 협약’ 운영 등을 주문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관리와 지원이 있더라도 주택시장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PF 위험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2분기 증권업계 호실적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가 상승하고 CFD와 PF 관련 충당금 적립 등으로 트레이딩 수익이 1분기 대비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1분기 몇몇 증권사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50~100%를 웃돌았는데, 2분기는 실적에 대한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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