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증권사 기업 분석 보고서(리포트)가 ‘매수 일관’이라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나섰다. 투자 의견 ‘매도’ 리포트 발간 활성화와 독립리서치 제도 도입에 관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실성 있는 대책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감독국 주재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국내 증권사 8곳, 외국계 증권사 2곳 등 10곳의 리서치센터장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리서치센터 리포트 투자 의견 ‘매수 일관화’로 굳은 관행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관해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독립리서치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간담회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과거 발언과 맞물려 있다. 이 금감원장은 3월 14개 증권사 CEO와 진행했던 간담회에서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 제고 논의에 각별한 관심과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 국내 증권사 투자 의견 “매수 93.7%, 매도 0.1%”

증권업계에서 리서치 보고서 논의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투자 의견 매수 위주인 증권사 리포트는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금융투자협회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 의견 ‘매도’ 비율은 평균 0.1%에 불과했다. 이외에는 ▲매수 93.7% ▲중립 6.2% 등이다. 금융당국이 제기한 ‘매수 일관’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반면, 1분기 말 외국계 증권사는 평균 매도 비율이 12.8%로 국내 증권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았다. 매수와 중립 의견은 각각 평균 61.6%, 25.7%를 차지했다.

◆ “투자 의견 ‘매도’, 현실적으로 어려워”…“독립 리서치 제도화, 일단 시도해봐야”

과거부터 증권업계에서는 ‘애널리스트가 기업의 눈치를 보는 구조라서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 기업 탐방이나 자료 수집 등 기업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여러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 있으므로 연구원이 특정 기업을 상대로 투자 의견 ‘매도’를 제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매도 리포트 비중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에도 변함이 없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투자 의견 ‘매도’를 제시한 연구원은 이후부터 해당 기업을 상대할 때마다 불이익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반면, 매수 일관 리포트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안으로 지목된 ‘독립리서치 제도화’에 대해서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일단 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독립 리서치 회사는 증권사 소속 리서치센터와 달리 보고서 제공을 목적으로 따로 설립된 회사이며, 아직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상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현재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한 독립 리서치 회사를 공식 금융투자업자로 격상하는 방안은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시행착오와 진통은 있을 것이다. 다만, 매도 의견을 내는 리포트도 존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면 수용해야 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일단 시도해보고,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무조건 거부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12일 간담회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결론을 짓는다기보다는 금감원에서 앞으로 의견을 더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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