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심영범 기자
사진= 심영범 기자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까? 최근 일본의 라면회사 닛신식품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신제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든 생각이다. 심지어 해당 제품은 ‘볶음면’이라는 한국어를 제품에 사용했다. 비슷한 제품에 한번 놀라고 제품명에 또 한번 놀랐다.

심지어 해당 신제품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포장 색깔도 같은 분홍색이었다.  

반면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이 불닭볶음면, 다시다 등 자사 제품을 모방해온 중국 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해 대부분 승소했다는 소식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일본과 달리 중국의 한국 제품 베끼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2021년 12월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 등 4개 업체가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중국에 정식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 통쾌했다.

다시 일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사실 과거 국내 식품업계는 일본 식품 베끼기 논란이 꾸준히 지속돼 왔다. 대표적인 제품은 농심 새우깡, 오리온 초코송이, 롯데 빼빼로 등이다.

한 일본의 매체에서는 과거 한국 식품기업이 일본 식품기업의 제품을 모방한 사례를 소개하며 최근 불닭볶음면 베끼기는 ‘복수’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야말로 한국의 일본 제품 베끼기가 만연했으므로 이 정도 제품 모방이 뭐가 문제가 되냐는 식의 뉘앙스였다.

하지만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한국이 이제는 모방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닛신 볶음면 표절 논란은 아시아 소프트 파워의 중심축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한국 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한국 라면업계는 해외 시장에서 펄펄 날고 있다. 라면 왕국은 일본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신라면의 얼얼한 매운맛으로 현지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고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일본, 미국, 중국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오뚜기도 해외 매출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K라면의 폭발적인 인기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이미 해외에 한류열풍은 불고 있었고 오징어게임 등의 인기로 삼양라면의 인지도가 폭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 닛신 볶음면의 불닭볶음면 베끼기 사례를 보면서 불쾌함보다는 뿌듯한 감정이 더 많이 들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 언론에서 한국도 일본 제품을 많이 모방했으니 ‘복수’라는 표현도 애교 수준으로 느껴진다. 라면 종주국을 자부했던 일본이 이제 한국의 라면 제품에 대해 인정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때 일본 라면을 따라가야했던 한국 라면이 이제 일본을 넘어서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일본의 푸념에 대해 승자의 여유를 가져도 좋을 듯 싶다.

오늘도 국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국 라면업계에 박수를 보낸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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