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0% 동결…2월·4월 이른 3연속 동결
연내 금리 인하 기대 “여전히 과도해…인상 효과 지켜봐야”
“물가 상승률 3% 수렴 명확…2% 수렴 불활실성”
“장기 저성장, 재정·통화정책으로 해결? 나라 망가지는 지름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또 한 번 동결했다. 올해 1월 0.25%p 인상 후 2월과 4월 동결을 결정한 데 이은 ‘3연속’ 동결이다.

다만, 소비자물가와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긴축기조는 유지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절대로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한국은행은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1.6%에서 0.2%p 하향 조정한 1.4%로 내려잡았다. 관련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경제가 이미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근원물가·주요국 통화정책 불활실성↑…“기준금리 추가 인상 못할 것 없다”

이 총재는 25일 오전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근원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금리 인상 중단 여부와 국내 외환시장 영향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즉,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정도는 예상에 부합하지만,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 및 그에 따른 금융시장의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동결 결정을 끝으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 시기에 모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미국보다 정도는 적지만, 시장에서 연내 인하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가 과도하다고 말한 바 있다. 금통위원들도 같은 의견”이라면서 “금리를 300bp(1bp=0.01%p) 이상 올린 상태에서 물가나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 수준이 우리가 원하는 목표 수준을 달성하는데 충분한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물가가 확실하게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어 “미국 연준이 어떻게 금리를 결정할지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상황을 좀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이런 의견이 있었다”며 “미국 통화정책방향 자체가 국제 금융시장, 환율 등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겠냐, 금리를 너무 조급하게 내리면 금융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은 없는지 등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 다음에 인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텐데, 추가 인상 가능성만 열어놓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호주 연방준비은행의 사례를 언급하며 “호주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멈추고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올렸다”면서 “한국은 왜 못할 것 같은가. 데이터를 봐야겠지만, 금통위원들이 앞으로 몇 개월은 위로 올릴 수 있는 옵션을 열어놓고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것은 정말 심각하게 올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절대로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한미 금리차가 1.75%p로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환율이 금리 격차를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환율을 결정하는 것은 금리 격차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경험적으로 금리차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미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수 있따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환율이 오히려 내려갔다”고 강조했다.

◆물가, 목표 수준 수렴 확신? “3% 수렴은 명확해졌지만, 2% 수렴 불확실성↑”

이 총재는 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 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금리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7월 6.3%를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하고, 지난 달에는 14개월 만에 3%대에 진입하는 등 상승률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하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4%대에 머물르는 등 상승률 둔화 속도가 더딘 모습이다.

관련해서 이 총재는 “연말까지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달보다 불확실성이 없어졌다”면서도 “목표로 하는 2%로 내려갈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연말 뒤에 일어날 인인데, 오히려 확신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는 이유 대부분이 지난해 6~7월 이후 많이 오른 유가에 대한 기저효과인데, 이것이 지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이 같이 움직일 것”이라며 “서비스와 고용, 그동안 오른 비용이 전가될 우려가 있어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월 3.0%에서 3.3%로 올렸다. 그것을 고려할 때 3.3%로 수렴한 뒤 정책목표까지 수렴할 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韓 경제, 이미 장기 저성장 국면…재정·통화정책으로 해결? 나라 망가져”

한편, 이날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1.6%에서 0.2%p 내린 1.4%로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등 IT경기 회복과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하반기부터는 대외 여건의 제약이 다소 완화되면서 국내 경제의 성장세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지만, IT경기의 반등 시기, 중국 경제 회복의 파급 영향 정도,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생각보다 한 분기 정도 연기되는 면이 있지만, 하반기 들어 성장률이 오르는 상저하고 패턴은 유지할 것으로 본다”면서 “반도체 경지와 중국 경기가 하반기부터 좀 좋아지면 지금 상태는 상방위험도 있고, 하방위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면서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 총재는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개혁이 아닌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저성장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도 했다.

그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워낙 심하다. 지금은 낮은 성장률 때문에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만, 5~10년 내에는 노후 빈곤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 연금, 교육 등 구조 개혁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타협이 어려워 진척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교육 개혁의 경우 고3 때 평생의 전공을 정하라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 대학을 가서 보고 결정해야 하지만, 학과 정원 등을 공급자가 정한다. 연금 개혁도 정부가 여러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민감한 문제다 보니 모수를 빼고 이야기한다. 저출산·노인 문제 역시 이민, 해외 노동자 활용, 임금 체계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국내 여러 논쟁과 맞물려서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 수출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서비스업에서 수출할 것이 많다”며 “특히, 우리나라 의료산업이 얼마나 발전했나. 10년 전부터 의료산업 국제화를 통해 서비스 산업을 발전하자고 했는데, 한 걸음도 못 가는 사이에 태국과 싱가포르는 지역 의료허브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적인 개혁을 못하다 보니까 경제가 좀 나빠지면 결국은 ‘돈 풀어서 해결해라’, ‘금리 낮춰서 해결해라’ 한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부담이 다 온다.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재정·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것이고, 우리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는 구조적인 개혁, 특히 이해당사자와의 타협을 어떻게 해나갈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해결 못하는 문제를 재정·통화정책으로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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