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우리나라와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75%p까지 벌어진 가운데, 오는 25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차 확대에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높지만, 1분기 겨우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을 정도로 경기가 둔화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세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이 4% 중반대로 여전히 높고,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이나 외국인 자금 유출 정도에 따라 한은이 금리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00~5.25%로 올랐고,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75%p로 벌어졌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은 은행발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과 고용시장, 임금 상승세 등 인플레이션 대응을 최우선으로 하는 연준의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연준은 다만,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한지에 대해 결정할 때 통화정책의 누적 긴축·통화정책이 경제활동 및 인플레이션, 경제적·재정적 상황의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해 향후 금리 동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며 선을 그었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의 금리차가 또 한 번 벌어지면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고, 달러 수요 증가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하기는 했지만, 이미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상황에서 환율이 이보다 더 상승할 경우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또한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게 되고, 이는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전이될 수 있다.

관련해서 2월과 4월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5명은 최종 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었고, 소비자물가 둔화 흐름이 어지고 있는 만큼 경기 둔화 상황과 금융시장 불안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또 한 번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민간소비 확대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하며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면했다.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0.4%였다. 경상수지는 1월과 2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1년 반 동안 가파르게 오른 금리의 영향으로 연체율이 높아진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근거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6%로, 전월 말 대비 0.05%p, 전년동월 말 대비로는 0.11%p 상승했다.

특히, 가계대출, 그중에서도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0.32%)은 전월 말 대비 0.04%p, 1년 전보다는 0.13%p 올랐는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20%)은 같은 기간 각각 0.02%p, 0.09%p 상승했고, 이를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0.64%)은 0.09%p, 0.27%p 높아졌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를 기록하며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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