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이상 비상 긴축 돌입…59% ‘금리 기조 전환’ 원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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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기준 금리가 반년 이상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일로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가운데 6곳 이상은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7곳이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같은 내용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국내 제조 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31.0%가 ‘이익과 비용이 비슷한 손익 분기 상황’이라 답했다. 24.3%는 ‘적자로 전환됐다’고, 11.0%는 ‘적자가 심화했다’고 응답했다. 조사 기업의 66.3%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앞서 대한상의가 작년 9월 실시한 설문에서는 기업이 수익 실현을 위해 감내 가능한 기준 금리 수준은 2.91%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준 금리는 지난해 10월 3% 선에 올라 현재 3.5%를 유지 중이다. 3%대 기준 금리는 2012년 이래 약 10년 만이며, 3.5%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편으로 고금리 기조에 따라 물가 상승세는 진정세에 들어섰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또 한미 기준 금리 역전으로 인한 환율 상승이나 외환 유출 압력은 높지 않다는 진단이다.

기업의 자금 사정을 묻는 항목에서는 56.3%가 ‘고금리로 인해 전년 대비 어려움이 심화했다’고 했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기업은 29.3%, ‘어려움이 없거나 자금 사정이 개선됐다’는 기업은 14.4%에 그쳤다.

또한 고금리 부담에 긴축에 나선 기업이 70% 이상이다. 비상 긴축 경영 조치를 시행 중이라는 곳이 71.0%였으며, 아직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29.0%였다. 긴축 경영 조치로는 ‘소모품 등 일반 관리비 절약’이 71.8%로 가장 많았고, 이어 ‘투자 축소’(24.9%), ‘임금 동결 또는 삭감’(11.7%), ‘희망 퇴직 및 고용 축소 등 인력 감축’(9.4%), ‘공장 가동 및 생산 축소’(8.9%), ‘유휴 자산 매각’(8.0%) 등 순이었다.

정부의 고금리 지원 대책을 체감하는 기업 수는 적었다. 60.7%가 ‘지원 제도 내용을 몰라서 활용해 본 적 없다’고 답했고, ‘알고 있는데도 활용해 본 적이 없다’는 비율은 16.0%였다. ‘활용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17.3%,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응답 비율은 6.0%에 불과했.

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고금리 지원 제도는 ‘금리 기조 전환’(58.7%)으로 드러났다. 다음으로 ‘세제 지원 등 비용 절감책’(26.0%), ‘대출 보증 지원 확대’(8.7%),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6.6%) 등이 뒤를 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 정책팀장은 “금리 인상의 득실을 면밀히 따져 보고, 내수 소비 진작과 경기 회복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중한 금리 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기준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올 1~2월 연속 경상 수지 적자 등 경기 하락 시그널이 나타났지만 3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까지 내려온 만큼, 이번에도 기준 금리는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파이낸셜투데이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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