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진보라 기자]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해온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아파트값이 최근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 7월 새 경제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방침 공개로 시작된 오름세가 2∼3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에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9·1부동산 대책의 재건축 연한 단축 수혜지역인 목동과 상계동 등지의 아파트는 여전히 호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격이 단기에 급등하면서 역시 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파행으로 부동산 대책에 대한 후속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완화의 약발이 조기에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는 최근 매매값이 2000만∼3000만원 하락했다.

이 아파트 42㎡는 일주일 전까지 7억2000만∼7억3000만원에 팔리던 것이 현재 7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49㎡는 추석 연휴 전까지 8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8억1000만원 선으로 하락했다.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7월 이후 가격이 4000만∼5000만원 이상 오르고 7∼8월 두 달간 거래가 많이 이뤄지면서 급하게 팔 사람과 살 사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라며 "지금은 매수자들이 비싼 값에 사길 꺼리면서 급매물이 나와도 일주일째 안팔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9·1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연한이 단축되고 안전진단도 쉬워지면서 재건축 투자의 대상과 관심이 기존 개포·잠실·반포에서 목동·상계동 등으로 분산된 것도 약세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 주공5단지 역시 최근 매매값이 1000만∼4000만원 하락했다.

이 아파트 112㎡는 지난달 11억6000만원까지 팔렸으나 현재 11억4000만∼11억5000만원으로 내려왔고, 119㎡는 13억원에서 12억6000만∼12억8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잠실박사 박준 대표는 "9월 들어 거래가 잘 됐는데 지난달 말부터는 매수자들이 오른 가격에 구입하기 부담스러워한다. 조합 내부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지난달 말부터 500만원 정도 가격 조정이 이뤄진 모습이다.

최근 1단지 82㎡는 8억3500만원에 흥정이 시작돼 결국 500만원 낮춘 8억3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고, 4단지 82㎡는 6억4300만원에서 300만원 낮춘 6억4000만원에 팔렸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모습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호가가 많이 오르더니 9월 하순부터 오름세를 멈추고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최소 500만원 정도는 깎아줘야 거래가 성사된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도 약보합세다. 이 아파트 전용 76㎡는 8억7000만∼9억2000만원 사이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9·1부동산 대책의 직접적인 수혜 단지인 목동·상계동 등 1980년대 후반에 준공한 아파트는 호가 강세는 여전하지만 거래가 주춤한 상황이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의 아파트는 한달 새 호가가 5000만원 이상 상승했고 집주인이 싼 매물을 회수하면서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다.

일반 아파트 단지도 매도·매수 호가 차이가 벌어지며 거래가 소강상태인 곳이 많다.

전문가들은 매수·매도자간의 줄다리기가 당분간 계속되면서 호가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매수세가 계속해서 따라붙지 않으면 재건축 아파트는 물론 일반 아파트도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시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바로비터'여서 이들 단지의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 다른 아파트 단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 등 핵심 법안들과 정부 부동산 대책의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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