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진한 욕망의 결정체 ‘쩐’

[파이낸셜투데이=황동진 기자] 요즘 드라마 ‘욕망의 불꽃’이 장안의 화제다. 재벌가문의 뒤틀린 욕망을 출연진들의 맛깔스런 연기로 그려낸 이 드라마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한번쯤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꼭 한마디씩들 하곤 한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 그런데 실상을 알고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실제로도 재벌가에서는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일반 서민들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끔찍하고도 이상한 일들을 서슴없이 행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가 막장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법한 현실 속 재벌가문들의 욕망어린 치부를 살짝 들춰봤다.

드라마 ‘욕망의 불꽃’ 속 등장하는 이복형제간 다툼, 실제 재벌가문에서도 빈번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한 자식, 모난 성격으로 자라 훗날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져



[동원수산家] 계모에게 구박받는 미운오리새끼 ‘왕 대표’

동원수산 왕기철 사장.
재벌가의 얘기를 다룬 막장 드라마에는 공통된 전개가 있다. 배다른 형제가 등장하고, 이로 인해 경영권 다툼이 벌어진다는 것. 실제 재벌가에서도 이같은 전개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원양업계의 대표기업인 동원수산만 보더라도 그렇다. 최근 동업수산 창업주인 왕윤국(89) 명예회장의 부인 박경임(78)씨는 자신의 직계자녀인 딸 왕기미(50) 식품사업부문 전략기획총괄 상무를 이사로 앉히기 위해, 전처소생의 왕기철(59) 대표이사를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이사직에서 물러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이미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지난 3일 주주 제안을 내놓았으며, 오는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왕 대표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동원수산은 왕윤국 명예회장이 1954년 신흥냉동이란 이름으로 설립한 수산 회사이다. 왕 명예회장은 슬하에 전처소생의 아들 다섯, 후처인 박경임씨와의 사이에 딸 넷을 두고 있다. 현 대표이사인 왕기철 대표는 전처소생의 다섯 아들 가운데 막내이고, 왕기미 상무는 부인 박씨가 낳은 네 딸 중에 막내다.
회사 지분 17.3%를 갖고 있는 왕 명예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정리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재 와병 중이라 정상적인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가족 간이 싸움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동원수산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창업주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은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집안 문제이기 때문에 왕 대표 측이 반박자료도 내놓지 않은 채 원만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잘 풀리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화이바家] 막장드라마의 종결자로 등극한 조 회장의 맏며느리

한국화이바 조용준 회장.
동원수산에 앞서 막장 드라마의 종결자로 등극한 재벌가문은 따로 있다. 바로 한국화이바그룹. 한국화이바는 경남 밀양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유리섬유와 첨단 복합 소재 개발을 주 사업으로 삼고 있다.
최근 검찰은 한국화이바 조용준(87.한국화이바 회장) 회장의 맏며느리 이명화씨(48.한국카본 부사장)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씨의 혐의는 정보통신망 침해와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씨는 경영권 쟁탈전에서 밀려난 남편을 위해 시동생 측을 흠집 내려고 공작을 꾸미다 덜미가 잡혔다.
조 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남 조문수(53.한국카본 대표이사)와 장녀 조정미, 차남 조계찬(41.한국화이바 사장), 차녀 조정인(48.한국화이바 이사)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 회장과 장남인 문수씨의 사이가 벌이지게 된 계기는 이미 오래됐다. 경영이념 차이로 적잖은 갈등을 빚어오는 이 둘은 문수씨가 자신의 손자에게 그룹 주력계열사 지분을 양도했다가 조 회장의 화를 돋우게 했다. 급기야 조 회장은 장남을 상대로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질세라 장남 역시. 맞고소로 응수했다. 이렇게 되자 아버지와 아들간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장남의 경영권을 거둬들인 후 차남인 계찬씨와 차녀 정인씨를 이사로 등재시켰다. 이들 모두 장남 문수씨에게는 적군이었던 셈.
이렇게 되자 남편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문수씨의 아내 명화씨는 꾀를 냈다.
계찬씨의 아내 박모씨와 정인씨의 남편 이모씨의 불륜 관계 등을 몰래 캐내, 시아버지인 조 회장에게 고자질하기로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겼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모 회계법인 사무장 백모씨에게 부탁을 했고, 백씨는 다시 심부름센터 김모씨에게 의뢰하여 박씨와 이씨의 인터넷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게 했다.
이렇게 알아낸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그는 이씨가 가입한 사이트 21개, 박씨가 가입한 사이트 4개에 무단 접속해 불륜 증거를 확보하는데 애썼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명화씨의 범행은 일 처리가 미흡하다며 환불을 요구받은 심부름센터 대표 김씨가 의뢰대상이었던 정인씨 측에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맏며느리의 불법행위 사실을 전해들은 조 회장은 대노했다. 그 즉시 장남과 며느리를 상대로 고소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아직도 장남에 대한 애정은 남아 있는 듯했다.
조 회장은 인터뷰에서 “나는 내 생각을 이어받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후계자로 낙점하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그룹 후계자를 둘째아들로 생각하고 있지만 장남이 생각을 바꿔서 돌아오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제약家] 배다른 형제간 경영권 분쟁 원인은 ‘강 회장의 편애’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한때 재계를 떠들썩하게 한 동아제약 사태는 강신호 회장의 숨기고픈 애정사에서 비롯됐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든을 훌쩍 넘긴 강 회장은 2006년 첫째 부인과 ‘황혼 이혼’을 했는데, 당시 재계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첫째 부인은 이혼 사유로 ‘남편의 사생활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강 회장이 어떠한 사생활이 문제가 됐는지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해 황혼이혼을 결심한 첫째부인의 아들이자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였던 강문석 전 동아제약 이사가 한 경제 주간지와의 인터뷰를 보면 어머니와 아버지 간 있었던 반목의 한 단편을 엿볼 수 있다.
강 전 이사는 인터뷰에서 “어머님은 40년간 남편없이 혼자 사셨다. 그런데 생활비마저 끊기니깐 ‘이건 나를 부인으로 여기지 않는 거 아니냐?’며 화가 나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사실 재계에서는 익히 강 회장이 네 아들 중에서도 둘째 부인에게 얻은 자식을 더 총애해 자녀들간 반목이 끊이질 않는다는 얘기가 자주 나돌았었다.
강 회장과 첫째부인 사이에선 장남 강의석씨와 차남 강문석 전 동아제약 이사가 있고, 혼외를 통해 낳은 강우석 (주)선연 대표와 강정석 사장이 있었다. 달리 말해 이들 형제는 이복형제인 셈이다. 여기서 장남 강의석씨는 건강상 문제로 경영 일선에 전혀 참여 하지 않았었기에, 차남인 강문석 전 이사가 강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점쳐졌다. 하지만 강 회장은 혼외 자식인 강우석 사장을 더 총애해 강 전 이사에게 경영권을 포기하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강 전 이사는 이에 반발, 우호 지분을 끌어들이며 맞대응에 나섰고, 법정 공방까지 불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판세는 아버지 강 회장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강 전 이사는 전세 역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 돌연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동아제약 ‘부자의 난’은 종결난 듯했다.
하지만 최근 강 전 이사가 모 제약사를 인수하며 제약업계에 다시 복귀하면서 다시금 이들간 이상야릇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녹십자家] 창업주 작고한 지 얼마 안 돼 모자간 유산다툼

녹십자 고 허영섭 회장.
녹십자 모자간 유산 다툼도 재벌가의 가십거리 얘기 중 단골 메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병으로 타계한 녹십자 고(故) 허영섭 회장의 유산을 놓고 장남인 성수(39)씨가 어머니 정모(63)씨를 상대로 법원에 유언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이들간 분쟁이 점화됐다.
허 회장은 보유 중이던 녹십자 홀딩스 주식 56만여주 가운데 30만여주와 녹십자 주식 26만여주 중 20만여주를 사회복지재단 등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부인과 차남과 삼남에게 물려주도록 유언장을 남겼다.
이에 장남인 성수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병중에 임의대로 유언을 작성케 해 자신은 유산을 전혀 상속받지 못하게 됐다며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성수씨는 지난 2007년 녹십자 부사장으로 근무했으나 이후 회사를 떠난 반면 동생 은철(37)씨와 용준(35)씨는 각각 녹십자 전무와 녹십자홀딩스 상무로 회사 경영에 참가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 성수씨 측 한 관계자는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소송이 맞다”며 “앞으로 소송 진행 상황을 지켜봐 달라”라고 말했다.
현재 성수씨는 본안 소송에서 패한 후 항소를 한 상태이며, 재단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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