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파이낸셜투데이=조민경 기자] “여러 변수가 작용해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게 시장가격이지만 우리 증시는 여러 지표에 비춰 저평가됐다고 생각합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우리나라 주식시장 상황에 대해 내놓은 대답이다.

주당 순이익, 주당 순자산 지표가 세계 증시에서 최저 수준이고 경상수지와 외화 보유액은 최고 수준인데도 주가는 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점차 국내 증시가 살아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코스피는 2011년 5월 역대 최고점인 2228을 찍은 이후 몇 년째 맥을 못추고 있다.

최 이사장은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지금은 저성장에 물가도 안정세”라며 “고령화로 젊은 층은 소득 부족으로 투자 여력이 없고 고령층은 안전지향적 투자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 변화에 따른 구조적 부진을 우려하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250%나 되던 주식회전율이 120%까지 뚝 떨어졌을 정도다.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던 파생상품시장도 움츠러들었다.

그는 “변동성이 적고 규제가 많다 보니 일본과 중국, 홍콩 쪽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게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희망을 감추진 못했다.

그는 “기업실적과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면 투자심리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언제쯤 좋아질 것이란 확답을 내놓진 못했다.

다만 1분기보다는 2분기가, 그보다는 하반기엔 더 괜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반기 단주거래 전면 시행

바닥을 딛고 박스권을 탈출할 묘안은 없을까. 앞서 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을 포함한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중 “작은 것부터, 합의되는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겠다”는 최 이사장 의 의지는 확고했다.

시간표도 구체화 했다.

상반기 중에는 우선 시간외 거래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현행 20분(오후 3시 10~30분)인 시간외 종가거래 시간을 50분(오후 3시10분~4시)으로 연장하고 체결주기를 30분에서 5분~10분으로 단축하는 게 핵심이다.

코스닥처럼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가격에 관계없이 한 주씩 거래할 수 있도록 오는 6월까지 단주거래제도를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최 이사장은 정규 거래시간 연장 문제와 관련해 당국·업계·언론과 합의위에 이뤄내겠다고 강조 했다.

복안은 마감을 오후 4시까지로 한 시간 늦추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욕심’이라고도 했지만 당위성도 강조했다.

“싱가포르와 홍콩, 상하이, 대만, 서울까지 시장을 축으로 연결해 자금을 유치하고 묶어두려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파생시장에선 위탁증거금률을 내리고 변동성지 수선물, 초장기국채선물 도입을 연내에 추진해 상품을 다양화한다.

상장 유치는 기본이다.

올해 유치 목표는 유가증권시장 30곳과 코스닥 70곳, 코넥스 100곳 등 200곳이다.

그 스스로도 쉽지 않은 목표로 여기는 듯했다.

하지만 목표를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엔 힘이 느껴졌다.

 

변동성 적고 규제 많아…구조적 부진 우려

“IPO 통해 자금 조달…지분 투자 유동성 키워야”

 

“파생규제 3차례 걸쳐 푼다”

최 이사장은 사실상 고사(故死) 상태인 파생상품 시장을 살리고자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세계 기준대로 소득 과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든, 양도소득 세든 세금을 매길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는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 “물론 그렇게 치면 과세 안 하는 게 최고”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소득세 부과에 찬성한다는 이율배반적 입장을 내놓은 것은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였다.

다만 파생상품 거래세에 대해서는 도입되면 안 될 제도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파생시장은 거래세를 매기면 직격탄을 맞는다”면서 “소득과세가 거래세보다는 충격 효과가 적다”고 말했다.

정부는 파생상품에 0.0001%의 거래세를 부과 하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 다. 최 이사장의 입장은 거래세보다는 소득세가 업계에 미치는 충격이 덜하다는 국회의 입장과 궤를 같이했다.

민영화·IPO 추진…수익다변화 노력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지정 유지 결정으로 무 산된 거래소의 민영화와 기업공개(IPO)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선진국은 과감하게 민영화로 가고 있고 거래소 산업을 하나의 금융산업으로 키워나 가고 있다”며 “우리도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해외 거래소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유동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의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기관 중 하나란 ‘낙인’을 지워내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이미 한국거래소는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올해 예산을 지난해 대비 3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고임금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거래소가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은 증권업계와 고통을 분담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업계는 성과급이 있지만, 우리는 (거래부진으로 인한 경영평가 악화로)성과급이 사실상 없다”고만 답했다.

최 이사장은 “거래소 수익 75%가 거래금액에 연동돼 있지만, 앞으로는 정보화 사업, 상장유치 활성화 등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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