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영범 기자
사진=심영범 기자

“가화만사성”은 아워홈에게는 먼 이야기일까? 최근 아워홈의 모습을 보고 문득 든 생각이다.

일단락된 듯 보였던 ‘남매의 난’이 다시 벌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구지은 부회장은 2021년 6월 구본성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지난해 3월에는 구 전 부회장이 회사를 상대로 1000억원대 배당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당시 주주총회에서도 이 안건은 부결됐다.

이후 구지은 체제의 아워홈은 2020년 실적 부진을 딛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570억원에 순이익 255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호조를 보였다.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수완과 더불어 더 이상 ‘남매의 난’은 발생하지 않을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구가 한바퀴를 돈 시점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이 다시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2996억원을 지급할 것을 회사에 요구하고 나섰다. 아워홈의 지난해 순이익보다 10배 많은 배당액을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장녀인 구미현씨는 24일 서면으로 배당총액 456억원 안을 제안하며 다음달 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총액 ▲2966억원 ▲456억원 ▲30억원 세가지 안을 두고 다툼을 벌이게 됐다.

만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안건이 가결될 경우 구 전 부회장은 1000억원 이상을 챙기게 되며 아워홈의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워홈 노조는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오너 일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조는 “회사의 경영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회사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할 상황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의 터무니없는 2966억원 배당요구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회사를 망하게 하는 행위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구미현 오너 역시 회사 순이익의 2배에 가까운 배당을 요구하는 작금의 상황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최근 아워홈 내부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내부 직원 A씨가 수십억원 규모의 배임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배임액은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권 다툼에서 패배한 이후 거액의 배당금이라도 챙기겠다는 속셈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상황을 놓고 보자면 구 전 부회장의 몽니부리기가 맞다.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더 이상 경영권 관련 분쟁은 일으키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구지은 부회장의 내부단속을 철저히 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1년전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워홈은 실적 개선에 있어서 선방하고 있고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나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잡음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이 진흙탕 싸움의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와 직원들이다. 앞만 보고 달려도 모자랄 판에 오너일가의 알량한 알력다툼으로 직원들의 마음이 동요되고 소비자들도 아워홈이라는 회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주주총회까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아니 주주총회에서 설령 구지은 부회장이 승리한다고 해도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실적 개선에만 매몰돼 내부 단속을 소홀히한다면 아워홈의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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