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
신품종 개발은 식량주권국가의 초석

종자전쟁 군수기지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사진=연합뉴스
종자전쟁 군수기지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사진=연합뉴스

인류의 역사는 농경생활과 함께 했다. 인류는 농경생활을 시작으로 문명을 일궈냈다. 종자를 발견하고, 응용한 과정이 인류의 역사인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식량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굶주림에서 벗어날수 있었고, 인구수와 수명이 늘어났다. 종자가 없었다면 오늘날 같은 인류문명의 발전도 없었을 것이다.

종자는 지구인의 먹거리 확보 및 식량 안보를 담보하는 아주 중요한 생명체다. 우리날 작물육종의 선구자인 고(故) 우장춘 박사는 ‘씨앗은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라고 말했다.

◆ 한알의 씨앗이 세상을 바꾼다

종자는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불린다. 현재 전세계는 소리 없는 전쟁 즉 종자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날 종자 산업은 미국과 중국이 전체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종자산업에 매진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수한 종자를 개발한 후 수출을 하면 엄청난 로열티 수입이 발생한다. 종자로 발생하는 로열티 수입은 금보다 몇배나 비싸다. ‘한알의 씨앗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처럼 오늘날 종자는 식품산업을 넘어 화장품, 의약품 등 각종 응용산업에 사용된다.

오늘날 세계 종자 연관 산업은 약86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반도체시장을 뛰어넘는 블루오션이다. 특히 종자산업은 연5%씩 성장하고 있어 미래가치는 더욱 크다. 선진국들이 '총성없는 종자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 식물군의 다양성과 특이성이 높은 우리나라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기온변화가 뚜렷한 온대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기온변화가 뚜렷하다는 것은 서식중인 식물군들의 다양성과 특이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작물과 채소, 야생화, 약초 등이 산과 들에 널려 있다. 우리나라에는 4,000여종의 식물종이 자라며 그가운데 10%종은 한국에서만 자라는 토종 식물이다. 우리나라 토종종자가 현재까지 유지해 왔던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우리나라 농사기술이나 비료 및 농약 관련 기술들은 오늘날처럼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토종종자들은 한반도의 겨울한파, 여름 혹서 등과 같은 기후의 악조건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꿋꿋히 버텨왔다. 토종종자들은 강한 생명력도 가지고 있다.

우리 고유의 토종종자들이 소중한 이유는 오랜시간 한반도에서 자생하며 고유의 맛과 향 등 신비한 힘을 가진 생명체라는 점이다.

◆ 토종종자를 지키지 못한 우리나라

우리나라는 그동안 토종종자들을 지키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일본제국주의는 두개의 중대 병력을 동원해 수많은 우리 토종종자 자원들을 수집해 갔다. 미국과 독일은 6.25전쟁의 혼란을 틈을 타 우리 토종자원들을 수집해 빼내갔다.

종자가 국외로 유출되면 그들은 종자의 본래 기능은 무시한채 돈벌이를 위한 상품으로 탈바꿈시킨다. 유전적 장점만을 살려 새로운 품종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종자산업 선진국들은 종자를 먹거리 수단으로 이용, 수익만 나는 종자만 남기고 있다. 일제시대와 6.25때 수집되어간 우리 토종종자들도 수집국가 품종 개발에 사용되었다. 이로인해 토종종자 75%가 사라진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우리나라는 토종종자들을 지키지 못했다. IMF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5대 종묘 회사 중 4개 회사가 외국기업에 팔렸다. 흥농종묘, 중앙종묘, 서울종묘 등 종묘회사가 해외에 매각됐다.

당시 업계 1위였던 홍농종묘는 세미니스(멕시코)에, 2위였던 서울종묘는 스위스계 노바티스에, 3위 중앙종묘는 몬산토(미국)에 팔렸으나 몬산토가 2018년 바이엘(독일)에 인수됐다. 이로인해 국내 종자산업은 내리막길로 치달았으며, 우리것이었던 농산물 종자에 로열티를 지불하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대표하는 청양고추는 중앙종묘에서 개발한 농산물이었으나 현재는 독일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대표하는 청양고추는 중앙종묘에서 개발한 농산물이었으나 현재는 독일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대표하는 청양고추는 중앙종묘에서 개발한 농산물이었으나 현재는 독일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파프리카는 네덜란드와 스위스 품종이 100%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구마 품종 90%, 양파와 양배추 품종의 80%가 일본산이다.

◆ 미래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고심중인 세계

오늘날 세계는 현재 미래 식량 자원을 두고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종자의 필요성을 한층 부각시켰다. 세계 각국은 스마트팜을 통한 식물 경작, 육종을 통한 신품종 개발 등 미래식량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변화에 적합한 종자 개량도 식량생산을 위한 주요한 방법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식량자원 수입의존도가 OECD국가중 가장 높은 나라중 하나다. 이는 식량자원의 무기화가 진행될 경우 극심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가 식량자원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식량주권국가로 한발짝 나아가기 위해서는 신품종 개발이 필수적이다.

‘종자산업은 농업의 반도체’라는 말처럼 머지않은 미래에서는 종자산업이 인공지능 및 정보기술보다 더욱 중요한 기술로 인식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농업을 미래의 주요 산업으로 인식, 종자주권 확보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프로젝트를 펼쳐 식량주권국가로 한층 더 부강한 나라가 되길 기대해 본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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