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름 기자 

KT 대표이사 인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KT 이사회는 지난 7일 윤경림 현 KT 그룹 Transformation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윤 내정자에 대한 최종 인선은 이달 말로 예정된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 후보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후보로 공식 내정된 지 보름 만에 말이다. 그야 말로 폭풍우다. 구현모 대표에 이어 윤 후보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경영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윤 후보가 사퇴 배경의 원인으로는 정치권 외압이 꼽힌다. 윤 후보는 지난 22일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사들이 만류했지만, 윤 사장은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로 토로했다고 한다. 

여권은 윤 사장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했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사장을 두고 ‘이권 카르텔’ ‘구현모의 아바타’라고 지적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서 이길 가능성도 적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여러 차례 대표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도 반대 분위기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사의가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오는 31일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건은 빠지게 된다. 이후 KT는 새로운 대표가 선임될 때 까지 비상경영체계가 꾸려지게 된다. KT가 대표 선임 절차를 다시 시작해도 경영 공백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사실상 KT 경영 시계는 지난해 11월 8일 구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힌 이후부터 4개월여간 멈췄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같은 일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KT는 두 차례 경영 공백이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했지만, 대표가 공석인 만큼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2013년 말 이석채 전 회장이 임기 중 중도 사임했다. KT는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부문 사장을 직무대행으로 하는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했다. 또 2008년에는 남중수 전 사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서정수 전 부사장을 직무대행으로 부사장 5명이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렸던 적도 있다. 

과거 KT는 민영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틀을 벗지 못하다는 비난을 자주 들어왔다. 거대하고 방만한 조직 운영이 그랬고 그로인해 실적 또한 부진했다. 하지만 최근 KT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평생을 헌신한 내부출신 경영진의 노고가 컸다고 생각한다. 

정권이 KT를 아직도 국영기업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 KT는 민영화 된지 20년이 넘은 민간기업인데 말이다. 소액주주(개미) 지분율이 57% 이상이다. KT 최대주주 국민연금 지분이 8.53%인 점을 감안하면 개미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KT는 민영기업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제 멋대로 인사에 개인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무엇보다 지금 KT에는 디지털 시대로 전환을 이끌 전문가가 필요하다. 

파이낸셜투데이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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