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지훈 기자
사진=양지훈 기자

금융감독원장의 월권이 논란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4일 임원회의에서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은행 고액 성과급 논란이 일어나자 은행 과점 체제를 변경해 논란을 진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런데 과점 체제 문제 지적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정책을 결정하는 주체가 잘못됐다. 금감원은 금융감독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금융위원회 산하 법인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상위 기관이며, 금융위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은행업 시장 경쟁 촉진 업무는 엄연히 금융위 담당이다. 그러므로 은행 과점 체제 변경은 이 원장이 아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시했어야 한다. 이 원장의 월권 논란은 이 때문이다.

이 원장을 둘러싼 월권 논란은 그 전에도 있었다. 노동조합은 지난해부터 이 원장의 월권을 지적해왔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노조는 ‘관치인사’를 제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해 11월 21일 성명서를 내고 이 원장이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을 지적했다. 당시 이 원장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이든 어떤 것이든 외압은 없었다. 혹여 어떤 외압이 있다면 제가 정면으로 막겠다”고 강조했지만, 한국노총은 이 원장의 이런 말 자체가 외압이고 월권이라며 반박했다.

금융사들은 이미 자체적인 CEO 승계 규정과 육성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CEO를 선임하는 내부 기준을 마련하고 그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특정인을 꼭 집어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을 하라 말라 하는 것은 금감원장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는 노조의 발언은 충분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인사 개입과 관치금융 논란에 관해 전문가들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이달 14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은행 금리를 문제 삼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시장 구두 개입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시장에서 이 원장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데, 금감원장이 아니라 대통령 최측근 검사로 보고 그의 말을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관치금융을 지적했다.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진다”고 했던 지난해 이 원장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기 ‘공정과 상식’ 원칙과 관련해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 금융당국이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 운영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 원장의 행보가 윤석열 사단의 후광을 바탕으로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법연수원 32기인 이 원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가운데 기수가 낮아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 막내’로 통했다.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라는 배경 때문에 이 원장이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검사 출신이라는 배경이 실제로 강하게 작용해왔다면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공정한 업무를 기대하기 힘들다. 아울러, 금감원장이 월권 행사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효율적인 협업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회사의 감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점에 금감원장은 금융기관과 자본시장 ‘감독’에 힘써야 한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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