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범 기자
심영범 기자

“매일하는 올리브영 세일 문자받기도 지긋지긋하다. 지금 궁금한 건 내 개인정보 유출 관련해 어떻게 처리되고 보상 받는지 여부다.”

최근 한 소비자의 볼멘 목소리를 들었다.

CJ올리브영의 연초 행보가 영 시원치 않다. 성과급 논란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건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상장은 잠시 보류했지만 CJ올리브영은 업계에 적수가 없다. 엔데믹 전환 이후 메이크업 수요 증가와 더불어 기존 옴니채널 전략이 들어맞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2조65억원, 순이익 15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2%, 순이익은 118.9% 늘었다. 

경쟁업체들이 사업을 철수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동안 독보적인 선두를 달린 것이다. 이에 따라 CJ올리브영은 올해 초 상품기획(MD) 부문 직원들이 연봉 80~16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MD 직군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의 성과급은 20~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성과급 9000여만원이 입금된 계좌 내역을 인증하는 글까지 올라오며 논란은 가중됐다. 당시 CJ올리브영 측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6일 CJ올리브영 온라인몰 로그인 시 본인 정보가 아닌 타인 정보가 보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마이페이지에서 다른 회원의 이름과 주문내역, 배송주소, 회원등급, 적립금 상황 등이 노출됐다. CJ올리브영의 멤버십 회원 수는 지난해 기준 1100만명이 넘는다. 사측은 당시 1만명의 정보 노출이 확인된다며 시스템 변경 작업 중에 발생한 오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LG유플러스도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져 공분을 산 바 있다. 뒤늦게 모바일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을 무료 교체해주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CJ올리브영의 대처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23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린 것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정보 유출을 안 시점부터 24시간 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나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하고, 피해자들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기에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안과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공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다. CJ올리브영은 업계에 적수가 없으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은 기업이다. 옴니채널 전략의 성공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최근의 행보를 보면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내부 직원들의 사기 진작, 소비자들의 신뢰라는 측면에서 현명한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번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CJ올리브영의 법적 준수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다. 

CJ올리브영은 마냥 조사결과만 기다릴 때가 아니다. 조속히 관련 사건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하고 연초에 시끌시끌했던 성과급 논란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침을 내려 직원들 사이에서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신을 잠재워야 할 때이다.

업계 수위를 달리고 있는 CJ올리브영이 계묘년 초부터 내부잡음과 비난을 현명하게 대처하고 신뢰를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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