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금리 정점론이 힘을 잃고 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하 FOMC)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단행, 통상적인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월 PPI는 전월 대비 0.7%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0.2% 하락에서 상승 전환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인 0.4%를 크게 웃도는 것이며, 지난해 6월(0.9%)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전월(6.5%)보다 줄면서 7개월 연속 상승폭을 줄였다.

PPI 상승은 에너지 가격 상승(0.5%)이 견인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6.2% 상승했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5.4% 올랐다. 전월 대비 PPI 상승률은 최근 10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 발표된 1월 CPI도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전월 대비 6.4% 상승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6% 하락했고,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1.38%, 나스닥 지수는 1.78% 떨어졌다. 미 국채 가격은 하락했다.

여기에 연준 인사들의 ‘빅스텝’ 가능성 언급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2주 전 기준금리를 50bp 올렸어야 하는 설득력 있는 케이스를 봤다”며 “인플레이션이 완고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금리를 더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지난 FOMC에서 50bp 인상을 지지했다. 다음 달에도 이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를 가능한 한 빨리 5.375%까지 올리고 싶다”면서 “올해 지속적인 성장과 강한 노동시장에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올해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고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더 오랫동안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13.7%는 연준이 다음 달 FOMC에서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봤다. 전날(12.2%)보다 상승한 것으로, 연준은 지난해 12월 점도표를 통해 최종 금리를 5.0~5.25%로 제시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다며 예상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한 것도 연준의 긴축기조 유지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지난 5~1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직전주(19만5000건)보다 1000건 줄어든 19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로, 한국(3.5%)과의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p다. 만약 연준이 다음 달 FOMC에서 빅스텝을 단행하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1.75%p까지 벌어지게 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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