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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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똥냄새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가 싼 똥이 아니라며 치울 생각이 없다. 기업 곳간은 걸어 잠그고 서민 주머니는 털면서, “이 모든 건 이전 정부 때문”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이다.

숨만 쉬어도 돈이다. 설 연휴 직후 최강 한파가 들이닥쳤지만 보일러, 전기장판은 사치다. 가스도 전기도, 맥주도 막걸리도, 버스도 택시도 다 오른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단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르고 있다.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38%가 오른 가스요금은 2분기 이후 지난해보다 1.5~1.8배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달부터 13.1원 추가로 인상되면서 1981년 이후 42년 만에 최고 인상 폭을 기록한 전기요금도 올해 2분기 더 인상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 당 19.3원 오른 상황이라 서민 부담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서민들의 발, 지하철·버스 요금도 오른다. 서울시가 다음 달 열 예정인 공청회에서 제시하는 인상안은 300원과 400원 등 두 가지. 지하철 기준 300원이 오르면 24%, 400원 오르면 32%가 인상된다. 교통카드 기준으로 지하철은 1550~1650원, 버스는 1500~1600원으로 오르게 된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도 다음달부터 1000원 올라 4800원이다. 거리당·시간당·할증 요금도 모두 오르는데 기본요금 거리는 2km에서 1.6km로 줄어든다.

4월부터는 오랜 시간 서민의 애환을 달래온 맥주와 탁주 세율이 오른다. 맥주에 붙는 세금은 ℓ당 기존 855.2원에서 30.5원 오른 885.7원으로, 막걸리와 같은 탁주는 ℓ당 기존 42.9원에서 1.5원이 오른 44.4원으로 상승한다. 판매가격이 따라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2021년 3월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을 당시 맥주와 탁주 ℓ당 각각 4.1원, 0.2원 세금이 인상됐을 때도 약 한 달 뒤인 4월 주류업계발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졌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현실에 서민들이 절망할 때 부자들은 조용히 웃고 있다. 부자들의 곳간을 지켜주는 감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을 핑계로 연구·개발비의 30~50%를 법인세에서 빼주는 세법상 국가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한다. 연구·개발비 세약 공제율 20~40%를 적용하는 신성장·원천기술은 기존 260개에서 272개로 늘어난다.

원활한 가업승계도 지원한다. 가업상속 공제 적용 대상을 기존 지분 50%(상장기업 30%) 이상에서 지분 40%(상장기업 20%)으로 완화했다. 부모 생전 회사 지분을 물려받으며 증여세 감면 특례를 적용받은 자녀의 가업 의무 유지 기간은 7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최근 3년 매출액이 평균 5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까지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증여 때 10%p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할증 과세 대상서 빠진다. 수출 목적으로 재화와 용역을 국내에서 거래하는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비과세 대상에 새로 추가됐다.

집부자에 대한 지원도 늘어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기한은 내년 5월9일까지 1년 더 연장한다. 경기 연천, 인천 강화·옹진 등의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계산 때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강화군은 양도세 과세 시 주택 수 제외 대상에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서민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소액 에너지바우처 예산 증액, 횡재세 도입 검토 등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가 대체 왜 있는 건가, 정부는 왜 있냐는 국민들의 물음에 답할 때”라며 “취약 계층들의 어려움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정부 당국자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소액 에너지바우처 예산이 있지만 이번에 늘려 취약 계층의 난방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또 “최근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엄청 늘어 직원들에게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의 많은 성과급이 지급됐다고 한다”며 “다른 나라는 이미 다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횡재세 도입을 제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고 제안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이 모든 일의 원흉으로 전 정부를 지목했다. 문재인 정부의 가스비 인상 방치, ‘탈원전’ 에너지 정책 추진으로 윤석열 정부가 부담을 떠안았다는 게 주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서 난방비가 오른 이유에 대해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크게 올랐고 겨울철 난방·온수 수요도 늘었고 이전 문재인 정부는 가스 가격이 2~3배 오를 때 난방비를 13%만 인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난방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가 빠짐없이 지원되고 있는지 살피겠다”고 밝혔다.

여야 주장의 가장 큰 차이는 우선순위다. 한쪽에서는 횡재세, 지원예산 증액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책임소재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작금 사태의 책임 소재가 전 정부에 있다고 치자. 문재인 정부가 가스비 인상을 억누르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그 여파가 지금에 와서 터져 나왔다고 하자. 서민들이 원하는 것은 똥싼 사람이 누구인가가 아니다. “너 때문”이라며 ‘탓’을 할 때고 아니고, ‘서민 증세, 부자 감세’로 또 다른 똥을 쌀 때가 아니다. 누구 때문인지가 지금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일단 치우자. 치우고 나서 찾아도 늦지 않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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