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유리천장지수 10년 연속 최하위. 우리나라가 가진 불명예이자, 혹자들이 말하는 ‘여성상위시대’의 민낯이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1.1%로, OECD 가입국 중 26년째 1위라는 사실을 조명했다. 이어 한국기업은 여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경우 OECD 국가 내에서 여성의 교육 수준을 가장 높지만, 핵심부서에 들어가거나 관리직이 될 기회는 가장 낮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 한국경제연구원도 앞서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비단, 이같은 조사와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기회가 많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와 기업 각 조직에는 유리천장, 남녀간 임금 격차가 존재하고,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인식하고 있지만,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문제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ESG를 강조하는 사회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있다. 

물론 이 문제는 ESG 측면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회, 더 풍요로운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뮌헨공과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성별이 다양한 기업일수록 남성으로만 구성된 기업에 비해 높은 수익과 재무 성과를 도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공한 여성 전문가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일수록 유능한 여성인재가 해당 기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저년차 직원의 경우 보고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의 존재가 필수적인데, 여성 임원이 이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 카드업계의 경우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여성 직원의 비율이 50%에 육박했고, 일부에서는 여성 직원 비율이 더 높기도 했다. 근속 연수 역시 남녀 직원이 서로 비슷하거나 그 격차가 줄어들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가 많아졌고, 여성들의 역량도 강화된 때문일 것이다.

반면,  여성 직원 비율이 현저하게 낮고, 임금 격차도 큰 상태에 머물러 있는 카드사도 있었다. 또한 업계 전반적으로 여성 임원 수는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수가 매우 적었다. 

ESG 경영이 전세계 커다란 트렌드로 자리잡음에 따라 기업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ESG 경영 활동을 강조하며 리포트까지 발행하고 있지만, 환경, 기부 등 드러내기 쉬운 부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SG 경영의 이유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할 때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기업시민으로서 환경과 사회공헌활동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여성인재 육성 및 리더 발탁 등을 통해 양성평등, 다양성을 확대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서 이같은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워 아쉬움이 크다. 생색내기 수준이 아닌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을 통한 사회공헌이 필요한 때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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