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이 대장동 사건과 이태원 참사라는 정국의 중요한 두 축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지표가 그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같은 국가의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책임회피에 급급한 여당 지지율은 폭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야당은 국민적 추모의 중심이 되고 여당의 실정을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 지지율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히려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정 시점의 추이로 볼 수도 있지만 최근의 대형이슈에 대한 민주당의 정무적 대응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16일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에서 민주당은 35.1%를 기록해 전주 대비 4.3%p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도 33.1%로 지난주 대비 4.5%p 떨어졌지만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더 심각해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대응 기조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권 몰락의 ‘트리거’가 되었던 세월호 참사 정국을 정치적으로 잘 활용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번 이태원 참사 때도 ‘기계적으로’ 정쟁 활용의 대상으로만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 요인이 된 것은 이태원 참사 유족의 동의 없이 사망자 155명의 명단을 ‘친야 매체’ 민들레가 공개하는 데 민주당도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망자 명단이 공개되자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적인 시민단체까지도 피해자의 상황을 배려하지 못한 무책임한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여론도 사망자 명단 공개로 이태원 참사를 정쟁화 하려는 야당의 ‘정치 장사’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급속히 퍼졌다. 민주당은 “우리와 무관한 언론 단체의 결정”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가 유족 동의를 전제로 “명단을 공개해 추모하자”고 제안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점 때문에 야당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현장에서는 지금도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근처 상가들은 여전히 굳게 문을 닫고 사망자 유족들과 그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시민단체 등이 ‘정치적 구호’를 외치며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면 추모를 하러 온 시민들이 직접 제지를 할 정도로 민심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치적 이용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 세월호 참사 때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흐름이다. 이런 기류가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으로도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민심은 추모와 정쟁을 철저히 분리시키고 향후 이같은 국가적 재난이 재발 되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마련하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의 이태원 참사 대응 전략은 여론의 핵심을 한참 잘못 짚은 측면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형 참사가 날 때마다 무조건 진영논리만 앞세워 정권에 타격을 주겠다는 얄팍하고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정국에서 여소야대의 책임 있는 제1야당으로서 국가적 재난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백년대계의 대안을 철저하게 수립하는 노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고 자당의 정파적 이익에 몰두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역풍을 맞은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더 크게 증폭시키고 국정조사까지 밀어붙이는 이유가 대장동 사건을 물타기 하기 위한 정략적 접근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면 할수록 그것이 대장동 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한 ‘참사의 정치학’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대응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대표의 확실한 오른팔인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2명이 모두 구속기소 될 경우 다음 타깃이 곧바로 이 대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은 당의 수장이자 차기 당선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 보호에 당의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의 턱밑까지 들어온 검찰의 칼날을 막기 위해 이 대표쪽 해명을 문답 형식으로 배포하고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발표하는 등 총력방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떠내려가면 당 전체가 같이 떠내려가게 생겼는데 그 위험을 누가 책임지느냐’며 동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 방어는 민주당의 외통수 대응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없는 민주당으로 다음 대선을 준비하기에 민주당은 너무 멀리 떠나와 버렸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발생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실하게 틀어쥘 기미가 보였지만 민심의 흐름을 잘못 포착해 오히려 대장동 사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더블딥’에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이 이태원과 대장동의 정치적 연결고리를 끊어 분리대응하려는 상징적 조치들을 내놓지 않는 이상 이태원 참사에 대한 공세적 전략은 계속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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