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지한 기자
사진=한지한 기자

“이번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지난 4월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정치권이 개입되다보니 각사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해왔다”

이달 초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하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손보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 7일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결정했다. 인하폭은 지난 4월과 비슷한 1%대 초반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고물가, 고금리 속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통상 보험료 결정은 보험사의 자율적 권한이지만,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개입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치권까지 개입하며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지난 6일 진행된 국민의힘 당정협의회에서는 ‘자동차보험 동향 및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당정은 “최근 고금리로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이 커지는 만큼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손보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보험료 인하를 압박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즉각적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결정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간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으로 얻은 큰 이익을 사회로 환원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험산업의 자율성과 일부 손보사의 건전성이 훼손당하는 것을 보면 썩 달갑지만은 않다.

자동차보험시장은 현재 손보 11개사 중 대형 4사가 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 체제다. 그간 코로나19와 기름값 폭등으로 이득을 취했던 것도 이들 4개사에 한정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대형사의 경우 보험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지만, 중소형사는 그렇지 않다. 그들 입장에서는 뱁새가 황새 쫒아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꼴인 것이다.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 그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10조원 이상 규모의 시장이 4개사 독과점 형태로 돌아서게 된다.

최근 금융권에 관치 부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의 역할은 일정한 틀 안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되, 더 큰 이익을 취하기 위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관리·감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직접 개입하면 시장이 왜곡되고,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된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지한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